학생의 인권이 멈추는 곳은 비단 교문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우려대로 학교를 입시학원화 했다. 학교마다 편법과 탈법을 감행했다. 자연히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의 인간다운 삶과 인권도 묻혀버렸다.
인문고 아이들은 아침 8시부터 하루 13시간 내지 16시간, 주당 110시간 이상을 키에 맞지도 않는 책상에 앉아 졸며 공부하고 학원에 들러 새벽 두 시쯤 귀가한다. 측만증과 요통에 시달리는 그들의 건강쯤은 대수롭지 않은 듯하다. 지금 교육은 ‘25시’인가?
주5일 근무제 시대에 아이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는 고3 담임의 노동 강도는 택시기사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 학부모도 가정생활과 자기 발전에 시간을 활용하기보다는 자녀를 태우고 학교와 학원으로 자정이 넘은 밤거리를 운전한다. 자녀의 학원비와 과외비를 벌기 위해 파출부까지 하는 자모들의 얘기는 이미 고전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20년 가까이 고3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년 초 모의고사 점수보다 갑자기 고득점을 얻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국·영·수 점수에 의한 ‘한 줄 세우기’ 교육은 극소수만의 수월성과 특권을 존중할 뿐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살리는, 국민대중을 위한 평등한 보편교육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계층의 학생과 학부모가 사활을 걸듯 매달리지만 현행 입시 교육체제는 신기루이다.
학생·교사의 희망을 사실상 무시하고 비민주적, 반인권적인 보충·자율학습을 해온 중등과 반교육적인 ‘수학반, 국어반’을 만들어 문제지만 풀며 학력경진대회를 준비해온 초등의 교육 25시. 이제는 교사들 스스로 속이 뻔히 뵈는 논리를 끝낼 때다. 또한 국가도 외국처럼 초·중·고 표준수업시수를 법으로 정하고, 현재 86%의 교원 확보율을 100%까지 올려야 한다. 그럴 때 공교육 정상화가 비로소 시작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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