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은 기하학이나 물리학적인 관점의 한 가운데 뿐만 아니라 사안(事案)의 핵심을 이르는 단어로 국가사회를 대상으로 볼 때 정치와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사는 우리는 중심지역에 사는 사람들로서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할 것이다.
신 행정수도의 이전이 땅 투기의 대상이나 도시 생성으로 얻어지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에서 환영할 일이 아니며 오히려 신 행정수도의 이전으로 발생하는 교통 혼잡 등의 사회비용을 감안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음에도 이전을 희망하는 것은 한국의 중심(heart of Korea)에 선다는 자부심과 우리나라 전 지역, 전 분야에 걸쳐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게 됨으로써 시대를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된다는 기대가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의 성 테떼르부르크는 중세 러시아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던 곳으로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긴지 200여년이 지났음에도 그곳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을 러시아 여행 중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의 러시아로 발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나름의 시민문화를 형성하고 성숙된 전통 문화가 이어져 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모스크바와 성 테떼르부르크를 여행해 보면 양 도시의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 행정수도의 이전이 가시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에 걸맞은 성숙된 도민문화를 가꾸어 가고자하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신 행정수도의 입지에 관한 논의는 수없이 있어 왔으나 그 후의 일들에 관해서 언급하거나 실천한 것들이 없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늦지 않았으므로 이제는 입지가 확정된 뒤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단계가 아닐까 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 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문화기반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며 외형적 시설과 어울리는 품격 높은 문화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갈 때이다.
장차 이곳은 한국의 중심(中心)으로 주변을 연결하는 끈을 팽팽히 당기는 구심력의 작용점(作用點)으로서 각 지역의 표본이 되며 세계 속에서는 한국의 얼굴로서 문화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지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본보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 성숙한 문화를 각 지역으로 확산하여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신 행정수도 이전 후 지역이 문화적으로 성숙되기까지 이주해오는 주민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토착 주민의 문화수준이 높으면 반대로 이주민이 동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이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는 것이다. 또한 이주민과 토착 주민과의 문화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미리 이러한 점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 행정수도 건설 추진위원회 출범에 맞춰 이 지역에 사는 우리들은 격조 높은 정신문화, 생활문화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리적, 문화적으로 진정한 한국의 중심(heart of Korea)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수많은 세계의 도시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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