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으로 연극 분야에서도 그런 현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아트 홀 무대에서 펼쳐진 뮤지컬 ‘블루 사이공’(4월29일~5월2일, 극단 새벽, 연출 한선덕)은 대전에서 대형 뮤지컬이 앞으로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사실 지역의 열악한 연극제작 환경을 생각할 때 이 정도 규모의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심히 벅찬 것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이미 확고한 세평을 갖고 있던 작품이었다. 분단국가로서 또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월남전 체험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역사적 현상이다.
연극은 김문석이라는 형상인물을 통해 우리의 분단 상처와 베트남의 그것을 연결시키고, 그를 고엽제 환자로 설정함으로써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미국의 반인륜적인 전쟁 매파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관객은 관극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이 전쟁과 우리가 곧 겪게 될 파병과 관련한 이라크-미국 전쟁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 현실에 대한 사고와 판단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연은 생생한 시의성을 지닐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이 서울 공연에 많은 것을 신세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주인공 김문석 (류창우)역 , 가수(김태희) 역 등 중요 배역이 서울 공연의 출연진이었다는 점은 대전 연극의 자존심에 상처일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지역 간의 교류를 통한 역량 배양의 기회로도 생각할 수 있다.
여주인공 후엔 역을 한 이영숙은 지난해 세미 뮤지컬 ‘옥수동 연가’에서 노래와 춤의 가능성을 보인 바 있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본인의 한계와 더 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후엔의 남동생 드엉 역의 강연종은 뮤지컬 대물로 성장할 듯 싶다.
또 윤진영의 조명은 케산 전투 장면에서 그 질을 보여주었고, 연출의 한선덕은 거의 70명의 인원을 조직하여 악조건을 넘어 공연을 치러냈다. 병사 역을 한 지역의 배우들도 역을 어느 정도 잘 소화해 주었다. 그러나 지역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숨어있는 인재 발굴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전 문화 예술의 전당은 지금 문화 영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씨뿌리기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역대의 어느 시장보다 깊고 강한 문화 마인드를 지닌 이가 시정의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웬만한 공연 현장에서 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진지한 그의 이런 노력으로 대전의 문화 풍토가 크게 바뀔 듯하다. 이 시대의 핵심어는 문화임이 분명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