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년 동안 수입하는 원유는 대략 8억 배럴이라고 한다. 이 양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좀 쉽게 설명해보자. 1배럴은 약 159리터이므로 8억 배럴은 약 1억3000㎥ 이다.
이 부피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 건축물을 300여개 합한 것에 해당한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월드컵 경기장을 거의 가득 채운 만큼의 원유를 소비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데 그 부피는 정확히 잰 것일까? 원유량을 재는 유량계가 1% 만큼 부정확하다면 (불확도가 1%라면) 원유는 약 800만 배럴이 많거나 적을 수 있다. 이 양을 최근 시세의 기름값으로 환산하면 약 3800억원이나 된다. 유량계가 부정확하면 그 만큼 경제적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주유소에서는 정확한 양을 주유하는 것일까?
주유소의 유량계가 정확하더라도 기름의 특성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름은 다른 물체들과 마찬가지로 온도가 올라가면 그 부피가 늘어나고 온도가 내려가면 줄어든다. 그래서 기름의 정확한 양은 온도 15 ℃일 때를 기준으로 잰다.
그렇지만 세계 어느 주유소에서도 온도를 재면서 주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방에 따라, 계절에 따라, 하루 중에도 아침과 밤에 따라 주유하는 기름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
춘천과 서귀포에 있는 주유소에서 탱크에 보관되어 있는 가솔린을 파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서귀포는 춘천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약 5 ℃ 높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가솔린일지라도 서귀포에 있는 것은 그 부피가 늘어나서 춘천에 비해 양이 더 많고 주유소 입장에서는 그 만큼 이익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000리터당 약 60리터가 늘어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온도가 높은 시간보다는 낮은 시간에 주유를 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한 여름이면 지열로 인해서 저녁시간이 아침 보다 더 덥기 때문에 퇴근시간보다는 출근시간에 주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측정에 미치는 다른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측정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는 비단 기름을 재는 데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휴대폰의 사용시간,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한 전력량, 추곡수매 하는 곡물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 등, 측정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한 측정을 위한 표준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간 무역에 있어서도 정확한 측정은 중요하다. 한 나라에서 잰 값이 다른 나라에서도 동등하게 나올 경우 그 상대방의 측정능력을 인정해주는 국제협약이 만들어졌다. 이 협약에 따라 측정능력을 서로 인정하는 국가간에는 무역하는 공산품에 대해서 상대국의 측정값을 신뢰하여 자국에서 다시 측정하지 않아도 된다.
울산 앞바다에서 천연가스가 나온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석유탐사 시추에서 베트남 부근 바다에서 원유를 발견하고 상업 생산에 성공하였단다.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의 대열에 들었다니 정말 기쁜 일이다. 기름과 가스가 분수 처럼 치솟아 올라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갈증을 확 풀어주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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