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지방자치부장 |
그러나 남의 당에 편입해 갈 곳도, 또 크게 환영해줄 만한 곳도 지금 당장은 없어 보이며, 그렇다고 그냥 깃발을 내릴 수도 없는 처지다. 김종필 총재도 물러났기 때문에 당을 존속시키는 한 재정비는 불가피하다.
핵심은 당권을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와 심대평 지사의 말대로 환골탈태할 정도의 개혁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다. 당권 문제에선 김학원 의원과 심대평 지사가 경쟁하는 양상이다. 양쪽 모두 이점과 함께 한계도 있다.
김 의원의 경우 아직 충남을 대표할 정도는 못 되는 측면이 있고, 심 지사의 경우 충남 대표성은 있으나 정치인으로서 경력이 부족하고 특히 현직 도지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가 당권을 갖느냐, 아니면 집단지도체제로 가느냐의 문제는 자민련 재정비의 성격에 중요한 변수일 게 분명하지만 현재의 자민련에게 있어 그것이 성패의 요건 같지는 않다. 누가 당권을 쥐든 그 한계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자민련의 ‘개혁 방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 지사가 제안하고 있는 ‘분권형 정당제’를 좀더 심도 있게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심지사는 20일 기자회견에서도 ‘분권형 정당제’를 주창했다. 듣기로는 종속 관계인 중앙 정치와 지방정치를 상호 대등한 관계로 만들어, 말 그대로 중앙당은 정부 차원의 문제에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지방은 지방에 맡기는 정당 시스템이다.
이럴 경우 중앙당은 활성화되지만 지방당은 침체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현상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은 ‘지방의 모든 것까지 중앙에서 결정하는’ 현행의 시스템과는 다른 것이고 무엇보다 지방분권화와 궤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의 모든 ‘지방’에서 관심을 가질만하다.
그러나 분권형 정당제는 중앙당 입장이나 국회의원들에겐 마땅치 않은 방식일 것이다. 그들은 이런 분권형 정당제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아주 회의적이다. 김학원 의원은 얼마 전 “그런 (분권형)정당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비꼬았다. 경쟁자인 심대평 지사의 제안이란 점 때문일 수도 있으나 아직 분권형 정당제 도입의 현실성을 진단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분권형 정당제를 도입하면 설사 중앙당은 빈약하더라도 지방당은 활성화되어 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지방정치가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 잘 운영되는 제도 정도로 설명되고 있는데 제안자인 심 지사는 이 제도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분권형 정당제’는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예를 들어 ‘정통보수 정당’의 기치를 내거는 일-보다는 국민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또 명분도 있는 방안이다.
자민련이 ‘정통 보수 정당’의 기치를 내걸 수도 있겠으나 ‘한나라당은 마땅치 않은 보수’라고 생각하여 자민련 쪽으로 따라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자민련이 (보수 지향의)정체성 부족 때문에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자민련의 한 때 득세(得勢)는 오직 ‘3김 시대’가 가져다 준 공짜 산물이었을 뿐이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서로 지역색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일 때 충청도 ‘지방’은 ‘중앙’과의 분권 투쟁에 나선다면 이것은 분명 보기 좋은, 본받을 만한 변화가 될 것이다. 지역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우리로서는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 연구해 볼만하다. 앞이 캄캄하지만 별다른 묘책이 없어 보이는 자민련으로서는 회생책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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