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행하게도 가부장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화합논리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분리를 강화시키는 논리 속에서 너무도 오랜 세월 지속되어 왔다. 그 결과 두 남녀가 화합을 추구하면 할 수록 더욱 실망하고 분리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해야 할 몫이 되었다. 바로 성의 차이가 성차별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이성간의 개인적 관계는 단순한 개인적 관계일 수 없으며 바로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남녀간의 역할과 지위체계에 절대적으로 연결되어 왔다.
성(sexuality)의 실체적 내용들은 우리사회가 여성과 남성을 의도적으로 차별해 내고 있는 ‘사회문화적 성(gender)’이 신체구조에 기반한 ‘생물학적 성(sex)’까지도 얼마든지 왜곡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본능은 생물학적 본능과 사회적 본능으로 구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눈, 코, 입을 통한 보고 듣고 맡고 먹으려는 욕구나 몸을 통한 수면욕이나 성욕 등이 생물학적 본능이라면, 사회적 본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욕구로 선택과 행동의 욕구나 자기발전욕구와 같은 개인적인 욕구와 주고 받는 사랑의 욕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의 관계적 욕구를 말할 수 있다.
인류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이 생명을 존중하는 뿌리 위에서 추구되어야만 한다는 것은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재확인되고 있다. 생명 존중은 바로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과 사회적 본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그 관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인간의 성은 생명 생산은 물론 생명의 성숙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관계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본능과의 조화를 가장 필요로 한다.
그러나 생명 생산의 비주체적인 남성들이 남성의 성기중심적 가치관인 성적 배출체계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위적인 남성다움을 사회의 원동력으로 삼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성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이는 성적 배출논리나 남성다움의 논리가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관계적 욕구를 철저히 외면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 중심의 모든 것은 인간의 성이 지니는 생명과 사랑과 쾌락의 대화를 성취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남녀 모두를 소외시킬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성은 사회적 구성물의 결과이다. 생물학적 본능에 대한 개개인의 조정능력은 그 개인이 사회적 본능을 얼마나 조화롭게 이루어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들은 개인적 본능에 대한 감각은 거의 마비당한 채 관계적 본능만을 키워왔다. 그것은 남성들로 하여금 관계적인 욕구를 마비시킬 만큼의 에너지였다고 볼수 있다.
성을 인격화시키는 것, 그건 다름 아닌 여성의 자기찾기로서 여성의 개인적 본능을 되살릴 때 가능할 것이다. 생명 생산의 주체인 여성의 몸과 심리에 대한 주인의식이 시급하다. 그 럴 때만이 남성들로 하여금 관계적 욕구를 되살릴 수 있게 하는 주체자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