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 악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7일 정부 당국과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갈수록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의 긴축 등 해외 악재 외에 주가 폭락까지 겹쳐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20일 새 종합주가지수가 936에서 728 로 200 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이에 따라 막연히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나 증권사의 말만 믿고 증시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며 망연자실해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고유가 등 외부 변수는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고 증시 폭락도 장기적으로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 뿐 단기 대책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수출이 작년 하반기 이후 워낙 호조를 띤 덕분에 현재의 경제가 작년보다 다소나마 나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중국의 긴축 등 미실현된 일부 해외 악재의 파급 효과를 과대 포장하거나 최근의 주가 폭락을 경제위기로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의 급등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해외 역류가 뻔한 상황에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만 키우다가는 정말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가 열리고 있던 16일 제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고유가 등 외부 악재에 증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우선적으로 장·단기 증시 대책을 마련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에 대해 그동안 추진해 온 중장기 수급 개선 대책 이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경제 상황이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최근 국정 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긴축이나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며 유가 상승도 일시적인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위기를 키울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리서치센터장)는 “우리 경제는 현재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3/4분기가 지나면서 중국의 긴축과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면 실물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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