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가정이 하나 있는데, 유학시절에 알게 된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이다. 딸 셋이 있었는데 그 중 큰 아이는 한국에서 입양해왔다.
애를 못 갖는 줄 알고 입양을 했었는데, 갓 낳은 입양아를 키우면서 곧 바로 임신을 해서 이년 터울로 두 딸을 낳게 되었다고 한다. 식사 전에는 부부가 세 딸아이와 함께 손잡고 감사의 노래를 부를 정도로 늘 다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나라 유학생 중 특히 한국인 유학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도와주었는데, 그것은 큰딸아이에 대한 배려였다.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해서 큰딸에게 알려주었고, 한국인 입양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참여도 열심이었다.
생모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또 한국생활을 체험시키기 위해 상당한 돈과 시간을 들여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도 있었다.
한 동안 연락이 뜸하다가 그 집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큰딸아이가 중병에 걸려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고 그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지낸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며칠 후에는 집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와 전화로 못한 그 간의 사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편지에는 절망적 심정과 심신의 고단함을 솔직히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의 치료에 대한 강한 의지와 변함없는 애정이 절절히 배어 있어 가슴이 뭉클하였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처음에는 여유로우니까 입양도 하고 베푸는 마음도 크구나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가족을 쭉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사랑이 충만한 가정은 상황변화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주위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소한 갈등으로 가정이 한순간에 깨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혼자서 살 수 없는 인간에게 가정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공동체이다.
그런데 결손가정은 점차 늘어가고, 연일 보도되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가정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높은 수준의 국민소득과 사회복지도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가정의 중요성을 아는 것과 가족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물론 실천이 더 중요한데, 실천도 습관화 되지 못하면 작심삼일에 그치기 십상이다. 아무쪼록 가정의 달 오월이 가족사랑 습관화의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