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소비자 피해구제는 뒷전이고, 흥분된 감정만 우리에게 전달된 채 상담이 마감되었다. 본래 의료 소비자문제는 상담 후에 의료분쟁자문위원회의 자문을 토대로 해당 병원과 중재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이 과정 속에서 이해 당사자간에 얽혀있던 매듭이 풀어지는 것인데, 이처럼 전화가 끊어지는 경우에는 이후 아무 것도 추진 할 수 없다. 결국 문제 해결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결과 일을 그르치고 만 셈이다.
소비자 전담 창구에는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방문하는 소비자들로 늘 북새통이다. 작고 사소한 사례에서부터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그런데 소비자 문제는 원론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갈등과 조정이란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에 감정이 끼어 들기 일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좋지 않은 분위기가 소비자 상담원에게까지 전이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서로가 안고 있는 본질을 잊어버리고 이차적이며 부차적인 문제외적인 일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일이 중요할수록, 문제가 심각할수록 여유 있게 그것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디 떼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면 의외로 해답이 쉽게 나올 수도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화가 나고 편안하지 않을수록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이해관계자를 만나야한다.
논리적인 접근을 통해 사업자의 잘못된 상행위를 꼬집고 개선을 촉구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바퀴를 저단 변속(다운 시프트)하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회의와 앞만 보고 달렸던 것에 대한 반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슬로우 라이프를 통해 시간의 재촉에 급하게 떠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조급하게 결정하고 판단한 결과 오류를 초래하기도 한다.
한 걸음 물러서고 감정보다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하는 소비자 의식, 그것은 생활의 가치를 되찾아 잘 살자는(웰빙) 이 시대의 키워드에 다름 아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