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실제 얘기요. 거짓말은 하나도 없어.”
21일 자신의 99번째 작품을 개봉시키는 ‘하류인생’의 임권택(68) 감독은 최근 열린 이 영화의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 시대 누구나 살면서 체험했던 얘기”라고 강조했다.
‘하류인생’은 1950~70년대 거친 시대를 숨가쁘게 살아가는 건달의 이야기. 4·15 부정 선거 즈음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세상 돌아가는 것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살아온 태웅이 점점 시류에 휩쓸리며 권력에 밀착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태웅은 극중 영화사 제작부장으로 일하게 된다. 임 감독은 ‘영화 속의 영화’ 촬영 장면 중 10편을 함께 겹치기 출연하는 여배우의 에피소드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나도 그렇고 정일성 (촬영)감독도 체험했던 얘기예요. 제작부장이 ‘가랑이를 찢어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라고 말은 못해도 당시 최고의 여배우에게 있었던 일이죠.”
그는 촬영중 힘들었던 부분을 묻자 “이런 일상 생활을 어떻게 힘있고 재미있게 찍어내는가 고민하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시나리오를 촬영하면서 만들었어요. 에피소드들을 모아놓고 찍다보니 힘들더라고요. 계속 쫓기지, 시나리오도 없지, 대사도 없고 매일 아침 수첩 하나 가져와서쓰고 있고….”
영화가 담고 있는 50~70년대에는 건달 태웅도, 태웅의 친구이며 운동권 학생인처남도 세월이 흐르며 점점 세상의 때가 묻어간다. 임 감독은 어떤 삶을 살았더래도모두가 ‘3류’라는 메시지를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 시대에 권력을 가졌더라도, 태웅처럼 건달이더라도 혹은 학생 운동권이었다해도 모두 삼류의 삶을 산 셈이죠. 사실, 군사정권 시절에 경제 말고 뭐 긍정적인게 어디 있었어요? 운동을 했다고 해도 초지일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됐겠어요.” 감독은 이런 모습을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는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싶었다는 말을 덧붙엿다.
처음 50편의 작품을 스스로 ‘잊고 싶은 영화들’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임 감독은 100번째 작품이 무엇이 될까 하는 기자의 궁금증에 “내가 여쭙고싶어요. 100번째 영화는 내가 뭐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되물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 시대에 대해 원한이 있는것 같다고. 그러고보니 혐오하는것 같기도 해요. 10년 새 50편을 찍었으니…. 그 영화들을 포함한 100번째가 내게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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