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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제목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에 이은 이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도 우리들 주변의 단조롭게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왠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 듯 낯선 느낌을 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전편에 일관되게 흐르는 스타일로 관객들에게 평안한 좌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헌준(김태우 분)이 후배 문호(유지태 분)를 만난다.
이들은 중국집에서 낮 술을 마시며 헌준의 유학시절 얘기와 앞으로의 계획, 문호의 아내 얘기 등을 화제로 삼다, 자연스럽게 7년 전 두 사람에게 똑같이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선화(성현아 분)를 떠올린다.
이들은 충동적으로 부천에 살고 있는 선화를 찾아 간다. 선화를 기다리며 회상에 잠긴 두 사람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친다.
선화의 집으로 옮긴 세 사람의 사이는 더욱 묘해진다.
7년전의 ‘관계’를 재현해 보려는 두 남자는 선화와 단 둘이 있을 기회를 노리고 선화도 이를 은근히 즐긴다. 선화의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이들은 서로 안 좋은 기억만을 남긴채 다시 헤어진다.
걸핏하면 화를 내는 이기적인 헌준과 겉과 속이 다른 비열한 문호,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 선화, 단순하게 ‘관계’를 한 번 맺어보려는 추악한 욕망에 휩싸인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를 흠칫 놀라게 한다.
유지태(문호 역)와 김태우(헌준 역), 성현아(선화 역)는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극중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 연기자로서 한층 물오른 모습을 보여줬다.
충동적인 만남에 이은 갑작스런 이별과 문호 혼자 집으로 돌아가며 끝나는 영화의 결말은 당혹과 여운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두 남자 주인공이 찾은 선화는 7년 전의 과거의 여자다. 홍상수 감독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관객들은 한번쯤은 고심해야 할 숙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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