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자동 이발사 |
주연 송강호, 문소리, 이재용
슬픈 역사 속 순수한 아버지 자화상 그려 주연배우 뛰어난 연기 영화 완성도 높여
우리 이웃의 평범한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효자동 이발사 성한모(송강호 분).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60-70년대 격동의 시대 조류에 휘말린 평범한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지만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와는 달리, 설사하는 사람을 간첩으로 설정하는 등 황당한 상상을 통해 당시의 부조리하고 억압적인 시대를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헤쳐온 절대적이고 순수한 아버지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렇듯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으로 인해 자칫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는 것을 주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의해 생기가 돌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효자동 이발사 성한모를 연기한 송강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 듯한 그의 잔잔한 말투 속에 녹아있는 코미디 연기는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유쾌하게 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강하게 대두되는 감동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만약 다른 배우였다면 제대로 표현됐을까 할 정도로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다.
또한 국내 최정상급 여자 연기자로 평가되는 문소리는 이 영화에서 억척스럽고 자연스러운 경상도 아줌마, 민자의 모습으로 등장해 남편과 아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1960년, 효자동의 이발사 성한모와 면도사 민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성한모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지 5개월이 되는 민자를 상대로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오입 개헌을 빗대, “뱃속의 애가 다섯 달이 넘으면 무조건 낳아야 된다”며 애를 낳을 것을 설득한다.
영화는 이후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성한모의 행적을 쫓아간다. 나라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은 일일 거라며 3. 15 부정선거에 아무런 의심이나 의혹도 없이 참여한 성한모. 귀중한 아들 낙안이가 눈을 뜬 날은 4.19혁명이 있던 날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던 성한모는 5. 16 쿠데타로 새롭게 집권한 권력층의 눈에 띄어 무소불위, 절대권력자인 대통령 전용 이발사가 되며 인생에 결정적 전환점을 맞는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대통령 전용이발사라는 공허한 명예에 따라붙은 불길한 그림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에게 불행을 몰고 온다.
대통령 이발사라는 명예와 이를 통한 에피소드가 중심이 된 것이 영화 전반부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이로 인해 겪게 되는 아픔과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아들에 대한 사랑이 영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단지 무장간첩과 같은 설사를 한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 끝에 불구가 된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성한모의 뒷모습은 우리들 아버지의 뒷모습을 연상케 해,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킨다.
▲ 효자동 이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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