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학 부국장 대우 |
언론에서는 선거결과를 놓고 여당에게는 지속적인 개혁을, 야당에게는 여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를 위한 표를 주었다 하여 황금분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야구도가 어떻든 간에, 누구를 찍었든 간에 이번에는 뭔가 좀 잘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 기대감 속에는 이제 저 넌덜머리 나는 정쟁은 그만 두고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려 달라는 요구가 아마도 들어있는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은 말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거리에는 실직자가 넘쳐나고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젊은이가 우리주위에 널려있다.
오죽하면 이태백이라는 웃지못할 신조어까지 등장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경제난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연일 신문 기사로 장식되고 이혼율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부끄러운 기록까지 양산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의 소중한 가정까지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일부 국민들은 흥청망청 쓸 것 다쓰고 주5일제다, 웰빙이다하며 아직은 분에 넘치는 여유를 찾고 있다. 해외골프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외국에서의 망신살이 신문 가십란에 수시로 오르고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며 불로소득 찾기에만 혈안이다.
눈만 뜨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며 한쪽에서는 풍요를 누리지만 한쪽에서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은 정치권의 인물교체를 이뤄냈다.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대략20년을 주기로 인물 교체가 이뤄져 왔다.
공화당이 60년대 집권한뒤 80년대에 민정당이 들어서며 몰락했고 작금에는 민정당 주축의 인사들이 퇴진하면서 새로운 인물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국민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인물교체를 이뤄냈지만 이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볼때도 이번의 인물교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봐야할 듯 싶다.
그러나 정치권의 인물교체가 단순한 사람의 교체로 끝나서는 안된다. 인물교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무엇인가를 헤아려야 한다.
뭔가 좀 잘 풀리겠다하는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늘어만 가는 절대빈곤층을 구제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도 여야 대표가 자리를 맞대고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야대표 협약을 발표했다. 정쟁보다 민생을 우선하고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국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것이 다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17대 국회의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협약과 노력들이 민생과 경제현장에 가시적으로 하루빨리 나타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 여론은 조변석개한다. 여론의 이런 변화무쌍함을 들어 사육사를 물어뜯는 호랑이에 비유한다. 호랑이는 자기를 길들인 사육사라 할 지라도 필요 없다면 언제든지 물어뜯는다.
17대 국회는 당선자의 60%가 초선인 아마추어 국회다. 자칫 선명성 경쟁이 지나쳐 보수니 진보니 개혁이니 실용이니 하면서 이념적 편가르기로 날을 보내고 매사를 극한대치로 가며 일은 하지 않고 싸우기만 하는 과거의 국회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
비록 노선과 정책이 다르더라도 현안마다 정치력을 발휘해 합의를 이뤄내며 상생의 정치를 펴는 진정한 정치의 모습을 국민들은 17대 국회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