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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등정의 발자취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지음, 김은국?김현??옮김/ 바다/ 520쪽/ 3만8000원
영국의 과학자 제이콥 브로노우스키(1908-1974)는 자연과학 뿐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등 방대한 분야에 걸쳐 업적을 쌓은 세계적인 석학이었다. 그는 수학자로 시작해 물리학자, 시인, 극작가, 발명가 등으로 활약하며 ‘20세기 르네상스인’으로 불렸던 인물.
‘인간 등정의 발자취’(원제 ‘The Ascent of Man’)는 이같이 위대한 길을 걸었던 브로노우스키의 지적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특히 인간이 고유한 상상력과 이성, 정서적 예민함과 강인함으로 이룩한 ‘문화적 진화의 상승 과정’을 13개 장에 담았다. 브로노우스키는 “인간의 독특함은 자연과 그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그의 투쟁에서 자라나오는 것”이라며 과학사의 주요 발견과 갖가지 문화적 진화를 자연스럽게 연결지었다.
첫 장 ‘천사 아래 있는 존재’는 인간의 동물적 기원과 함께 독자적인 진화 과정을 소개했다. 브로노우스키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의사소통, 불의 발명, 상상력 등의 자질이 인류를 문화적 성장과 진보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풍경 속의 한 현상이 아니라 그 풍경을 형성하는 주체이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 양면에서 자연의 탐험가이며, 가지 않는 곳이 없는 동물이며, 또한 모든 대륙에서 집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왔다.”
브로노우스키는 이어지는 장 ‘계절의 수확’에서 인간의 문명이 농업혁명이라는 폭발적인 사건과 더불어 시작됐다고 말한다. 정착농업에 의해 창조된 기술은 온갖 과학의 기원이 됐고, 동물의 가축화는 유목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설명.
그는 이밖에 ‘돌의 결’(석조 건축), ‘숨겨진 구조’(금속 제련), ‘천구의 음악’(수학과 천문학), ‘장엄한 시계장치’(시간과 물리학), ‘이어지는 세대’’유전) 등의 장을 통해 인류의 문화적인 진화, 즉 ‘인간 등정의 면면을 살폈다.
책 곳곳에는 “과학이 할 일은 도덕적 상상력을 계승하는 것”이라는 브로노우스키의 휴머니스트로서의 세계관이 들어 있다.
“인간성 없이는 철학이 있을 수 없고, 나아가 올바른 과학도 존재할 수 없다. 나에게 자연의 이해는 인간 본성의 이해를, 그리고 자연 안에서의 인간 조건의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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