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아이에 대한 구미 부모의 집착 정도가 한국의 부모보다 한결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에게 있어 궁극적인 삶의 보람은 자식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생의 가치를 자식에게 두고 있는 한국의 부모는 자식의 성장을 돕고 또 자식에의 애정을 즐김으로써 생의 보람을 찾는다.
따라서 자식을 사랑하되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구미의 부모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어머니는 더욱 그러하다.
필자의 어머니는 갓 스물 되어 만석지기 안동 권씨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가 선비집안의 3대 독자로 손이 대단히 귀한 집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슬하에 8남매나 두셨다.
당시 한국의 가족 구조는 부부 중심의 횡적 구조인 구미와는 달리 부자·모자 중심의 종적기반이었다. 이쯤이면 어머니는 안동 권씨 집안사람으론 최상의 적임자였던 셈이다.
어머니는 근면·근검·절약 그리고 교육에 철저하셨다. 판사, 변호사를 거치고 법학교수인 맏형을 위시하여 8남매 모두가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어머니가 마련해 준 셈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항상 남을 돕는데 인색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어머니는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의 여덟 글자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8남매에게 말씀하신다.
곧, ‘남에게 착한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는 법’이라는 뜻이지만 착한 일을 하고 살라는 어머니의 말씀인 것이다.
일흔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는 장성한 8남매가 보내주는 용돈조차도 당신 스스로 엄하게 관리하시어 꼭 필요한 데만 쓰시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손자들이 진학할 때마다 등록금을 내 주시는 분은 어머니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시와 서예 그리고 국악에도 조예가 깊으신 어머니는 경주에서 국악모임의 회장을 맡고 계시는데, 지역의 대소사에도 지금도 일일이 큰일은 도맡다 시피 하시기 때문이다.
구미의 학자들은 이 같은 한국 부모들의 애정을 늙은 후의 보은을 기대한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당치않은 말이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의 구미식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 부모의 애정을 측정한 데서 빚어진 착각인 것이다.
노후의 보장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모자 또는 부자일체의 자연적인 감정에서 우러나는 애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인에게 있어서 만큼은 1년 365일 모두를 어버이 날로 제정해도 부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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