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의 발언으로서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TV강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떤 강사는 ‘민중의 함성이 곧 헌법이며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민중은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법치주의의 부정이요 폭력혁명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승복의 문화가 부족하다. 준법의식도 희박하다. 법은 이익을 보는 쪽이나 손해 보는 쪽이나 다같이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승복의 문화가 없으면 법치주의는 설 곳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바꿔 절차민주주의(procedural democracy)로 표현하듯 ‘합법적 절차’는 민주주의의 시작이며 끝이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국민이라면 누구든 자유로이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정치를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있다. 이번 탄핵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명목적 의미의 헌법으로 존재하고 있던 우리의 헌법적 관행과 당리당략에 따라 이루어져 온 정치관행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법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며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법의 공정한 집행과 적용을 통해서만 모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공평하게 실현할 수 있다.
합리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는 법치주의의 바탕위에서만 가능하다. 입법과 법적용에 있어서 법논리가 정치논리에 압도되고 있는 현실은 극복되어야 한다. 법치주의 하에서는 법이 정치를 이끌어가야 하고 권력을 억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권위는 최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헌법은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한 주권자의 결단이기 때문에 헌법을 지키는 일이야 말로 주권자의 신성한 의무다. 우리사회의 갈등과 모순은 법치주의확립을 통하여 극복해 나가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