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규 부국장 |
한때 자민련은 충청권의 자존심이라는 태생적 멍에를 안고 출범했다 해도 무방하다. 당시 영호남의 대립각을 세운 지역주의에서 비롯된 탓도 있지만 충청권에 착근한 자민련은 충청인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화려하게 등극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번갈아 가며 정권을 쟁취한 영호남지역 뿌리 정당과는 달리 자민련은 들러리 서기에 바빠, 신망을 잃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정당이 정권창출에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자민련은 이에 반해도 크게 반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당력이 날이 갈수록 왜소해 가고 있음에도 대응태세는 미비했다.
지역주의에 빌붙어 권토중래만 꿈꾸었을 뿐 환골탈퇴하라는 시류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결과는 바로 지역국회의원 4명에 정당지지율 3%미만이라는 참패였다. 기다린 것은 자민련호의 침몰위기요 JP의 정계은퇴로 이어졌다.
그러면 현실정치로 돌아가 이번 총선결과를 보자. 지역색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동서분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동은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이, 서는 전라도를 중심으로 열린 우리당이 포진하고 있다. 3김 시대가 갔다고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지역정당에 지나지 않는다. 모름지기 이 구도는 다음 대선까지 갈 수 밖에 없는 편가름이다.
문제는 이같은 구도가 지역성을 띄면서 더욱 확산내지 공고화될 때 충청인이 느낄 수 있는 자괴감이다. 과연 충청지역에 이 지역의 민심을 아우르는 중심세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물음에 대한 현 시점의 답은 궁색하다. 왜소해진 자민련이 그렇고 열린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지역을 대변한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이 즈음 자민련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자민련의 회생에 심대평 충남지사가 나서야한다는 여론의 확산이 바로 그것이다. 충남도내 자민련 소속 시군의회 의장단은 26일 심대평지사에게 전당대회의 역할을 제기한데 이어 충남도의회 자민련 소속 의원들도 27일 대표직 수락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맞바람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심지사는 일단 직답을 피한채 비껴 서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자민련이 회생하려면 중앙당을 지방(대전^충남)으로 이전하고 중앙집중이 아닌 분권식 당운영의 모델을 제시해 향후 역할론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새로운 정치형태의 모델설명을 통해 "독일의 바이에른 주는 지역에서 인재를 키워 중앙정치무대에 파견하고 있다"면서 "지방분권시대에 걸 맞는 당 운영체제가 전제된다면 당 재건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마음의 일단을 내 비췄다. 이른바 지역에 뿌리를 둔 지역의 인사를 국가대사(국회)에 파견하는 지방분권형 정치체제에 대한 심대평구상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지 아니면 말 그대로 구상으로 머물지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다. 지방분권형 정치체제의 현실화는 도민을 비롯한 충청인, 그리고 당 차원의 지원과 지지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내달 10일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민련과 심지사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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