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대국의 강(江)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목요세평]대국의 강(江)

  • 승인 2004-04-29 00:00
  • 최민호 행자부 지방분권지원단장최민호 행자부 지방분권지원단장
10년전 쯤 한 일본인이 나에게 말했다.


“한강을 보면 내가 대륙에 왔다는 실감이 나서 감격스럽습니다.” “왜요?”

“한강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잖아요. 조용히 고여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강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대륙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나는 그때부터 무심코 보던 강을 유심히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과연 한강은 들여다보아서는 흐름의 방향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있을 뿐.
얼마 전 한 중국인이 나에게 물었다.

“서울은 해안도시라면서요?”“네? 천만에요. 서울은 내륙도시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바다와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인천 앞 바다까지 차로 간다면 1시간이상 가야 합니다. ”“그래요? 1시간 정도라… 그럼 해안가 아닌가요?”
나는 할말을 잠시 잊었었다.

인생은 조그만 골짜기에서 흘러나온 샘물이 천을 이루고 강에서 합쳐져 바다로 들어가는 강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 대통령 링컨에게 한 측근이 ‘누가 당신을 뒤에서 욕합디다’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링컨이 말했다.“ 그럴테지. 인생은 긴 강과 같은 것이니 흐르다 보면 강물에 침 뱉는 사람도 있을 테고, 소변보는 사람도 있겠지. 안 그런가?”
대륙이나 대국은, 또 대인은 강의 흐름이 다르다.

조그만 바람이나, 물살이 휘젓는다하여 범람하거나 흐름을 바꾸는 법은 없다. 침을 뱉건 오물을 뒤집어쓰건 그저 안고 흘러갈 뿐, 요동이 흔치않고, 변덕이 자주 없다.

우리나라는 대륙인가? 우리 국민은 대국민인가? 우리는 대인인가?
나는 지난 4·15 총선을 보면서 진지하게 자문을 해보았다.

국가장래의 지도자를 뽑는 진중하고 진중해야 할 선택에, 우리는 말 한마디에 요동치고, 작은 움직임에 우왕좌왕하며, 바늘에 찔려도 불에 맞은 양 경망스럽지는 않았던가?

이 사람 저 사람의 말에 귀를 솔깃거리며, 모함과 모략에 쉽게 속고,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며 휩쓸리지는 않았던가?

사람을 판단할 때 늘 그의 항심(恒心)을 보아야 할진대, 우리는 타인의 항심을 읽기보다는 그 사람의 표상(表象)만을 보고 판단하지는 않았던가?

자그마한 비판이나, 잠깐동안 뿐일 오해나 구설수에도 우리는 지나치리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움직이며 동요하지는 않았던가?

또한 이를 바로 잡기는커녕 이를 조장하고 있는 다수의 이 나라 각계의 지도층과 여론 형성층과 언론기관이 실망스러웠다.

아! 정말 우리는 대인답게, 또 대국답게 무겁고 속 깊게 처신하고 있는 것인가?

4·15 총선은 끝났다. 이제 늘 흐르되 속으로 흐르고, 얕아 보이되 깊이를 알 수 없는 강을 보면서, 나는 총선을 치른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금번 총선과정에서 수없이 겪었을 수많은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내가 어려울 때마다 떠올렸던 링컨의 대답으로 위로를 드리며, 공직자로서 비난과 오해를 살 때마다 읊었던 도종환 시인의 시를 선사하고자 한다.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우리는 간다./가장 더러운 것을 싸안고/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 보다/낮은 곳을 택하여/우리는 흐른다.’ -’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