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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유럽 상황. 항해기록 일정 등 소개
아메리고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삼우반/ 192쪽/ 8000원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생애와 함께 신대륙이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역사상 우연과 오류를 추적한 책이 출간됐다.
오스트리아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아메리고’에서 ‘아메리카 대륙이 왜 콜럼버스가 아닌 베스푸치의 이름을 땄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이유를 밝혀 나간다.
분명 신대륙에 먼저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콜럼버스였다.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1492년 자신이 본 대륙을 인도의 일부라고 여겼고 바하마 제도의 과나하니와 쿠바를 중국이나 인도 정도로 생각했다.
반면 베스푸치는 직접 포르투갈 탐험대와 함께 대륙에 도착, 그 곳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임을 확인했다. 그가 여행에서 돌아와 친구에게 보낸 편지들은 1503년 ‘신세계’란 제목의 소책자로 출간돼 유럽 전역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이 세상 어딘가에 지상의 낙원이 있다면, 낙원은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해 동 시대 사람들의 꿈과 희망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우연과 오류가 더해졌다. 지도 제작자인 마르틴 발트제뮐러는 1507년에 쓴 ‘지리학 입문’에서 베스푸치를 신대륙의 진정한 발견자로 생각하고 신대륙에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오류로 여기지 않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업적을 세웠다면, 베스푸치는 콜럼버스의 발견에 대한 역사적 해석과 인식을 부여한 공적이 있다는 설명. 저자는 이런 이유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1492년을 “신대륙의 실제 생일”, 베스푸치의 ‘신대륙’을 “신대륙 최초의 독립선언문”, 발트제뮐러의 ‘지리학 입문’을 “신대륙의 세례일”이라고 주장한다.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시조가 된 베스푸치는 어떤 인물인가. 1451년 몰락한 가문의 후예로 태어난 그는 20년 넘게 회사의 말단 사원으로 일하며 가정을 일구지도 못한, 그야말로 ‘변변치 못한’ 인간이었다.
베스푸치는 그러나 50이 다 된 나이에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1499년 ‘신(新)인도’로 가는 탐험대에 합류했다. 그는 항해사이자 천문학자로서 역량을 발휘해 57세에 수석 항해사가 된 후 평범한 여생을 보냈다.
책은 이밖에 16세기 당시 유럽의 상황, 신대륙 발견과 베스푸치에 얽힌 논쟁, 베스푸치의 항해 기록과 열정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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