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우상(偶像)과 이성(理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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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우상(偶像)과 이성(理性)

  • 승인 2004-04-27 00:00
  • 송전 한남대 교수송전 한남대 교수
70년대 후반에 작가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소설을 당시 월간지 ‘신동아’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유신 독재체제가 굳건하게 작동하고 있을 때였다. 소설은 한센병 환자들의 재생 치료 공간으로 알려져 있던 소록도를 배경으로하고 있었다.

독재자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영향을 끼치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곧바로 법정에 서야할 때였다. 이청준은 그런 상황에서 지배와 복종의 인간 관계 안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소설로 우회적인 형상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문단의 귀중한 스테디 셀러로 기록되고 있고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시장에 나가있다.

이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문제된 것은 우상이었다. 어떤 상황을 주관하는 사람은 대개 스스로를 뛰어나다고 여기고 또 그렇게 평가받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행위를 나중까지 증거하기 위해 뭔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즉 자기 우상을 만들려한다. 또 그런 사람 주변에는 그런 인물을 높이 띄워 올림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 술수 부리는 자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한 몰락과 처절한 배신으로 나타난다.

소설은 한센병을 앓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배척받던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몰려 살게 된 소록도에서 일제 시대 병원장으로 일했던 주정수란 인물의 우상 만들기와 그 폐해를 환기시킨다.

5·16 군사혁명 후 병원장으로 부임한 조백헌 중령은 이 주정수의 행적을 반면교사 삼아 소록도를 한센 병 환자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환자들의 자활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경제적 터전을 갖춰주려 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이 종국에 가서는 환자들의 천국이 아닌, 환자들의 건너편에 선 정상인(正常人) ‘당신들’의 천국이 됨을 알게 된다. 자신의 마음 속에 스스로 깨닫지도 못했던 ‘자기 우상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은 조백헌은 스스로 그 곳을 떠나 버린다. 또 하나의 우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 전반의 도도한 민주주의 흐름을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에 비껴있거나 흐름을 막고 있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 소위 우리나라 몇몇 대형교회의 모습이나 정치과정에서 간혹 그런 현상을 발견한다. 그런 교회의 목회자나 어떤 정치인은 거대한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때 우상화 된 개인도 문제이지만, 한 개인을 떠받드는 군중의 몰 이성이 더 문제이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 우상을 경계한 십계명 첫 번째 계명이다. 이성(理性) 없는 신앙은 우상을 만들고, 이성 없는 정치는 독재를 만든다.

18세기에 시대의 미성숙을 향해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칸트가, “네 이성을 사용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 라 일갈했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요즈음 우리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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