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한 장과 목숨을 바꿀 수 있습니까?”
30년 전 집배원을 평생직업으로 택한 정영선(50)씨의 집배원을 처음 시작한 후배들에게 항상 묻는 첫마디 말이다.
엽서 한 장을 목숨처럼 여기며 지난 3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우편물을 배달해 온 대덕우체국 집배센터 정영선 수석팀장이 ‘ 충청정보통신봉사상’ 본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정 팀장은 “천직으로 할일을 한 것 뿐인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그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정팀장이 어떠한 상을 받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며 정씨의 수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향인 무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74년 집배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엽서 한 장이라도 내 목숨처럼 소중하다’는 신념으로 하루 30~40km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예전에는 우편물의 대부분이 서신이어서 동구 밖까지 나와 집배원을 기다리는 정겨움이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이 요금고지서여서 씁쓸하다”며 세태의 변화를 아쉬워했다.
비록 서신이 고지서로 우편물의 내용이 바뀌었지만 그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배달한 우편물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는 그는 한통의 우편물 적체도 없이 소통시켜 대전시 의료보험조합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의 타고난 성실함을 평소 눈 여겨 보았던 교장선생님의 중매로 부인인 이명심씨를 만나 결혼한 정팀장은 “집배원이라는 평생직업과 사랑하는 부인은 집배업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박봉을 아껴 홀로사는 노인들을 도왔던 그는 지난 90년부터 관내 고아원인 가양동 자애원을 찾아 부인과 함께 소리없는 선행을 해왔다.
부인인 이씨가 6년째 투병중이어서 요즘은 부인 몫까지 선행을 소리없이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역 골목골목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시간이 나면 도와준 것 뿐”이라며 선행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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