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칼럼] 시립합창단 창작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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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시립합창단 창작음악제

  • 승인 2004-04-24 00:00
  • 이지형 충남고등학교 교장이지형 충남고등학교 교장
지난 21일 대전시민회관에서 연주한 시립합창단의 창작음악 합창제는 아주 의미있는 음악회였다.

현대화성인 불협화음을 위주로 선율보다는 리듬을 강조하려는 작곡자들의 비화성적 작곡기법은 곡의 표현상 신비롭고 난해하면서도 절정으로 향한 극단적 표현등은 새로운 창작 시도로 아주 이색적이었으나 기본화성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 가락으로 구성된 기존의 합창음악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공감하기엔 어려웠으리라 짐작한다.

김영미 작곡의 ‘강강술래’는 팀파니 등 여러 타악기와 목관악기인 풀루트와 오보에를 이용하여 운명적 설움을 과감히 거부하고 적극적 극복의지를 표현 하려는 작곡자의 의도는 인상적 이었으나 타악기를 이용한 지나친 극적효과의 시도와 목관악기의 트레몰로 주법을 통한 신비적 표현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악기의 메커니즘적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합창음악의 생명인 선율과 가사(詩) 전달의 명확성을 소홀히 한점과, 가사의 내용과 선율 흐름의 불일치는 앞으로 작곡자가 깊이 공부해야 할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홍사은 작곡 ‘4개의 꽃노래’는 무반주 여성합창으로 훌륭한 발성과 정확한 음정으로 꽃이 의미하는 소망과 순정을 표현하려는 작곡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나 포르테(세게)와 악센트(강하게)의 반복 사용으로 지나친 극적 표현의 강조로 소박하고 서정적 표현이 상실된 점은 아무리 훌륭한 합창단의 연주라 할지라도 곡 수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 점이 아쉬었다.

정상흥의 ‘문등북춤5’는 인간의 원죄로 인한 예수그리스도의 고난을 형성화 하려는 무반주 남성합창의 시도는 작곡자의 깊은 신앙심과 철학적 표현 능력이 돋보이는 수준 높은 걸작이었고, 부드럽고 깊은 호소력이 있는 곡중 독창 바리톤 김진삼의 열창은 근래 인기있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여 분위기를 더욱 숙연케 하였다.

그러나 이런 비화성적 합창기법이 정통화성에 식상(食傷)한 현대인들에게 유행과 같은 일시적 자극효과는 가능할지 모르나 예술의 한 장르로 영원히 자리 잡을지는 더두고 봐야 할 일이다.

끝으로 취임 3년여만에 국내 최정상급의 합창단으로 탈바꿈 시켰으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합창음악의 연구와 대전합창의 해외진출의 꿈을 실현코자 부단히 노력하는 이병직 지휘자와 이렇게 별로 재미도 없으면서 난해한 곡들을 엄청난 연습으로 극복해낸 단원들의 땀흘린 결과에 대하여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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