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수 편집부국장 |
이제 게임은 끝났습니다. 여의도동 1번지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토록 원했던 자리를 ‘남들의 인정을 받아’ 명예롭게 차지 했으니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지요. 그러나 한숨돌리고 돌이켜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입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란 메가톤급 이슈를 시작으로 각당대표들의 읍소, 무릎꿇기, 삼보일배, 노인폄훼발언등 연일 터지는 대형사건(?)들로 요동치는 민심을 읽어내는 일이란 얼마나 피말리는 고통이었겠습니까.
여기에다 이번 선거부터 적용된 개정 선거법은 차라리 야속하기 까지 했을 겁니다.
‘미디어 선거’란 미명에 묻혀 한낱 기계에 불과한 매체에 실어 속절없이 내 간절하고 애끓는 마음을 전해야 하는 그 심정은 오죽 답답했겠습니까. 어디 그 뿐입니까.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이른바 돈과 조직이 하루아침에 꽁꽁 묶여 버려 순전히 발품으로만 채워야하니 몸은 또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이처럼 어렵고 힘든 과정 끝에 이룩한 의원님의 성공이기에 그만큼 더 값져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C의원님.
불현듯 영국의 대정치가 ‘윈스턴 처칠’이 실토한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일생에 열네번 선거에 출마했는데 한번의 선거는 나의 목숨을 한달씩 단축시켰다. 우리의 짧은 생애를 감안해볼때 나의 생애중 이런 힘든 말싸움 때문에 14개월을 헛되이 보냈음을 생각하면 정말 우울해진다” 라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험난한 통과의례를 치르면서까지 금배지를 달려고 기를 쓰는 것을 보면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좋기는 좋은 자리인가 봅니다. 불행하게도 그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아주 좋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비록 극단적인 예 이긴 하지만 당리당략만 좇아 신성한 의사당내에서 핏대 세워가며 싸움질이나 하는 사람, 각종 이권을 미끼삼아 남의 돈을 이른바 ‘차떼기’로 먹는 사람, 권력자답게 몇십억대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금은 쥐꼬리만큼도 안내는 사람, 내 앞날을 위해서라면 의리 지조는 언제든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 입법위원답게 당선을 위해서는 국가의 법조차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을 뿐입니다.
김지하 시인이 국회의원을 일컬어 ‘서울 한복판에 모여사는 다섯도둑(五賊) 중 하나’라고 설파한 것이나 한 전직 국회의원이 ‘그 맛에 마취되면 이성을 잃는다’라고 털어 놓은 말은 이런 선입견에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C의원님.
이번 선거에서 지난 16대의 2배가 넘는 불법 선거사범이 적발됐다고 합니다. 더구나 당선자 가운데 50여명은 실제 당선무효로까지 갈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합니다.
50명이란 수치는 전체 국회의원의 6분의 1이 넘는 선입니다. 다른 선거도 아닌 법을 만드는 입법위원을 뽑는 선거에서 이처럼 불법이 난무했다니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마침 내일 모레가 ‘법의 날’ 입니다.
법제정의 참 뜻을 굳이 입법위원이란 거창한 직함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의원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C의원님.
평균 4.5대1이란 경쟁률을 뚫고 그토록 원했던 금배지를 달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진정 국민의 대표다운 참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모름지기 국회의원들은 ‘수족관 속의 물고기’에 다름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색깔과 모양이며 먹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헤엄치는지를 국민들이 속속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C의원님.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분명 좋은 자리입니다. 부디 그런 좋은 자리에 있을때 나라를 위해 좋은 일, 보람있는 일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우리를 실망시키는 일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4년 뒤 다시 선택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선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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