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부장 |
이번 주말 동춘문화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20일 낮 그 주변에서 점심을 하고 동춘당을 들르게 되었다. 동춘 고택은 그의 후손들이 식당(食堂)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고택 마당엔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 식탁 7~8개가 나 뒹굴고 있었고 방 안에선 손님 한 팀이 늦은 점심을 하고 있었다.
그 방은 예학(禮學)으로 이름을 높인 동춘 선생이 기거하던 곳이다. 그런데 옛 주인 사라진 지금, 그곳엔 술손님들이 그 방을 ‘점령’하고 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짐작컨대 동춘당 선생 후손의 가난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고택이 문화재라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주택이므로 밥 먹고 잠자는 것까지 금할 수는 없으나 지금 이곳은 외래 손님이나 동네 사람들이 찾는 고풍스런 식당이 되어 있다.
이것이 지금 대전시에서 가장 가치가 있다는 문화재, 동대문에 비견되는 국가 보물 동춘당의 안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재 방기(放棄)의 현장이다.
근래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한 후배 기자가 이 문제를 다뤘지만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춘 후손의 가난이 죄(罪)고, 또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것이 대전시 문화재 담당 공무원의 대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문화재라 하여 꼭 신주 모시듯 조심스럽게 다루기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나 이렇게 음식점의 술판이 되도록 방치해선 분명 안 된다. 책임이 있는 기관과 담당 공무원은 대책이 정말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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