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도 없이 교무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어눌한 목소리로 윤영이가 나를 찾는다.
“윤영이구나, 왜 무슨 일이야?”
“이거 엄마가 갖다 주래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검은 비닐 봉투에 담겨진 꾸러미를 내밀며, 윤영이가 환하게 웃는다.
나는 속웃음을 웃으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어머, 그게 뭔데?” 윤영이 조금 쑥쓰러워하며, “버섯이래요….”
윤영이는 우리 반에 배정된 특수학급 학생이다. 나는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3월 초, 점심도 먹지 않고 엎드려 엉엉 울고 있는 아이에게 왜 우냐고 물었다.
“엄마 보고 싶어서요.”
엄마가 어디 가셨냐는 물음에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윤영이는 버섯 따러 가셨다고 말한다.
“버섯? 버섯 따러? 버섯 따러 어디 가셨는데? 오늘 안 오신대?”
아니, 오신단다. 오늘 오시긴 오시는데, 그래도 지금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우는 거라고….
그 후로도 윤영이는 자주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었고, 집에 가겠다는 아이를 붙잡느라 나는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랬던 윤영이가 오늘은 버섯 꾸러미를 들고, 교무실로 나를 찾아온 것이다.
“우와, 선생님 버섯 진짜 좋아하는데… 윤영아, 선생님이 정말 감사하다고, 맛있게 먹겠노라고 엄마한테 가서 꼭 말씀드려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밝은 얼굴로 교무실을 나서는 윤영이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을 외할머니 댁에서 보낸 나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어느 날 외할머니께서 담임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늙은호박 한 덩어리를 학교 가는 길에 들려 주셨다.
다른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늙은 호박 따위를 담임선생님께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데나 버려두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호랑이 같이 무서웠던 할머니 얼굴이 떠올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져간 못생긴 호박을 담임선생님께서는 기뻐하시며 받으셨다.
‘무거운데 들고 오느라 고생했다’며 ‘호박이 얼마나 몸에 좋은 줄 아느냐, 정말 감사히 잘 먹겠다’고 몇 번이나 거듭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 때문에 나는 순간 얼마나 우쭐했었는지….
선물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표현.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그런 선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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