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봄은 독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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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봄은 독서의 계절

  • 승인 2004-04-20 00:00
  • 김병기 건양대 경영학부 교수김병기 건양대 경영학부 교수
진노란 꽃가지를 힘 있게 뻗치며 개나리가 봄을 알리더니 지난주에는 드디어 봄의 상징인 벚꽃이 만개하여 게으름뱅이인 나까지 벚꽃 길을 걷게 만들었다.

벚꽃이 지더라도 복숭아 과수원의 담홍색 복사꽃을 바라보는 기쁨은 계속된다. 창문 밖 화단에 영산홍이 아직 피지 않은 것을 보니 꽃 잔치는 당분간 계속될 모양이다.

봄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다 보면 나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람에게는 젊음이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데,

나무는 매년 봄마다 젊음을 다시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마음만은 다시 젊어진 느낌을 갖게 된다.

책을 읽는 것도 젊어서 해야 그 효과가 큰 것 같다.

독서를 하는 데 무슨 나이 타령이냐 싶지만,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감성도 풍부하고 마음도 많이 열려 읽기 쉽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이보다는 감성과 열린 마음의 정도에 따라 독서의 열매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리라.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독서를 통해 아주 폭 넓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직접 체험이 가장 좋겠지만 시·공간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독서의 깊이도 다르다.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시절에는 잠 못 이룰 정도로 깊은 감동을 느낀 책도 나이가 들어 읽어 보면 그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젊은이의 감성은 토지로 비유하자면 굳어져 있지 않고 아주 비옥해서 심는 대로 거둘 수 있는 상태라고 하겠다. 그래서 책은 어려서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필자는 사실 취미가 독서인데 그렇게 말하기가 쑥스럽다. 독서를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해도 사람이 크게 바뀌지 않음에서이다. 너무 늦게 독서를 시작한 탓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 탓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년에 건강관리를 잘해야 노년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이에 관계없이 독서를 열심히 해야 풍부한 감성과 열린 마음을 갖게 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나 자신은 물론 사회를 위하는 길이 된다. 생각이 닫혀 있으면 나만 옳고 남은 그른 것이 되기 십상이다.

감성과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은 남에게 모질게 못하는 법이며, 역지사지(易地思之)도 가능해 화합을 일구어 낼 수 있다.

꽃도 꽃이지만 요즈음 봄 날씨는 또 어떤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고, 또 무엇을 하기에도 적당한 것이 그저 그만이다. 일년 사계절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렇지만 봄은 다시 젊어진 마음으로 책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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