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여의도의 새바람 ‘여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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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여의도의 새바람 ‘여성정치’

  • 승인 2004-04-16 00:00
  • 이정희=목요언론인클럽회원이정희=목요언론인클럽회원
이번 17대 총선은 여러 면에서 한국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본다.
정치개혁법에 의해 기존의 정치문화가 확연히 달라졌다. 오랜 정치관행으로 굳어졌던 정당의 세몰이 선거, 돈선거, 폭로, 흑색선전 등이 종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지구당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돈 먹는 하마로 불려지던 조직선거가 자취를 감추었고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가 금지됨으로서 선거판의 상징이었던 동원문화도 사라졌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차분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후보자가 유권자를 몰고 다니던 선거 행태에서 후보자가 유권자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화와 성과라면 정치신인의 등장과 많은 여성의원들의 국회 진출이다. 과거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66명의 여성정치 신예들이 당당하게 정당의 공천과 일부는 무소속후보로 지역에서 출마하여 역동적인 선거를 치렀다.

각 당의 지역구 여성공천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경기 인천에 5명, 전남에 1명,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부산 대구지역에 2명의 여성을 공천했고 열린우리당이 서울 5명, 경기 4명, 대구 충남 전북에 각 1명씩을, 민주당이 서울 3명 경기, 인천 3명, 영남에 4명 등 모두 12명의 여성을 공천하는 등 무소속을 포함,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 243개 지역구에 66명의 여성이 1차 관문인 정당공천을 거쳐 지역구 선거에 도전했다.

지난 16대 총선출마자의 두배였다. 그리고 비례대표의 경우도 자민련을 제외한 각 정당이 여성 50% 할당에 홀수번호에 여성을 배치함으로써 전체의석 56석의 반인 28석의 여성비례대표가 1인 2표제의 정당투표에 의해 대거 국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여성파워가 우리 정치구조를 지배하던 가부장적 선거문화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거대정당에 여성대표가 출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1945년 여성만으로 구성된 대한여자 국민당의 임영신당수, 1960년대 단일야당인 민주당의 박순천당수에 이어 3번째 있는 일이다.

이번 선거전의 달라진 모습중의 하나는 여성이 당의 대표로, 선대위원장으로 한나라, 열린우리당, 민주당의 3당 대변인 모두가 여성으로 기용, 여성이 전면전에 나서 주도적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각 정당들이 정책보다 감성정치에 승부수를 둔 바람직하지 않은 선거 전략이며 여성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한 1회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동안 남성위주의 우리국회가 보여준 불신과 혐오정치가 여성정치인을 전면에 나서게 된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고 여성정치시대를 앞당기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수적 신장만으로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치신인들이나 여성의원들도 국회에 진입하는 순간 당리당략의 거수기로 또는 논쟁과 소모의 정치꾼으로 변모하는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50.9%에 달하는 여성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보면서 여성의원들의 국회진출은 분명 정쟁과 불신의 정치풍토를 바꾸고 지역간, 이념간, 계층간의 벽을 뛰어넘는 통합정치의 중심축에 서서 여의도에 새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한다.

신군주론의 저자 딕모리스는 이 시대의 진정한 정치인의 덕목은 ‘현실적인 균형감각과 동시에 따뜻한 마음씨와 인정’을 겸비한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공명심이나 당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되는 지혜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정치인만이 이 시대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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