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순택=논설위원 |
탄풍(彈風)이 선거판을 뿌리째 흔들더니 이젠 거야론과 거여론이 맞서 유권자 입장에선 어떻게 돌아가는 흐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아닌게 아니라 언제는 ‘묻지마 투표’가 걱정이라더니 요즘은 ‘싹쓸이 투표’가 걱정이라 하고, ‘노풍(老風)’ ‘박풍(朴風)’ ‘추풍(秋風)’ 바람에 지지도는 오락가락 한다.
황사보다 지독한 선거 바람 탓에 선거일이 코앞에 다가와도 유권자는 각 당 정책과 후보 인물에 대한 정보에 어두우니 이게 더 큰 일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4·15는 제풀로 성큼 다가왔다. 썩 신나진 않더라도 누구든 하나는 골라내야 한다. 과거에는 ‘정당이냐 인물이냐’는 선결적 선택을 해야 했다. ‘정당으로선 A가 좋은데 인물은 B가 더 나은’ 경우 같은 딜레마를 극복해야 했다. 1인2표제가 도입된 이번 선거엔 그런 부담은 없어졌다.
어느 당에 더 많은 의석을 주는 것이 나라와 나 자신에게 유익하거나 덜 나쁠까를 가려서 당을 찍고, 후보의 인물됨을 가려서 가장 나은 사람이나 가장 덜 나빠보이는 사람에게 찍으면 된다.
어느 인물이 나은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한번 선택 기준을 검토해보자. 선택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먼저 정치를 개혁할 사람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권의 부정부패·정경유착·정쟁·당리당략·무능에 신물이 나 있다. 정치판을 바꿀 수 있는 사람, 민생과 국정을 챙기고 부정부패와는 거리가 먼 청렴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다양성이 봉쇄된 고정과 고착을 안정으로 변명하지 않고 미래의 역사를 기획하는 안목도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이나 챙기는 것은 너무나 옹색하다. 국가의 장래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소명의식도 중요하다 하겠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다. 정치·행정·경제·교육·문화의 핵심 기능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면 지방은 총체적 위기 상태다.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을 도모하는 의원들이 17대 국회에는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역사 의식이 투철한 사람, 도덕성을 바탕으로 세대·지역간의 갈등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람됨과 심성이 어떤지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사람됨과 심성이 어떠냐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로 결정적인 문제다. 높은 사람들의 성격과 인간성 인격 교양 수양 신의 덕성 정직성 관용 포용력이 어떠냐 하는 것은 정치를 비롯한 ‘세상살기’에 엄청난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 필자의 뼈저린 체험적 결론이다.
이러한 일련의 심사를 거쳤으면 선거 후도 생각해보자. 민초들의 삶을 보듬는 정치가 급하다. 경제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는 사탕발림식 땜질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책을 만들고 밀고 갈 정당,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예부터 위정자들이 자문(自問)하고 자책(自責)해야 할 중요한 명제 중 하나가 ‘백성이 직업을 잃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걸프전 승리를 자랑하던 ‘아버지 부시’를 날려버린 클린턴의 강펀치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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