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측정 수준이 ‘국가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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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측정 수준이 ‘국가 경쟁력’

  • 승인 2004-04-12 00:00
  • 이인원=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이인원=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부장
진시황은 진나라를 세울 때 크게 3가지를 통일 했다고 한다.
첫째가 언어, 두 번째가 화폐, 세 번째가 도량형이다. 이 세 가지는 진시황이 그 넓은 땅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강력한 규칙이며 소통 체계였다.

이 중 도량형은 인류 사회의 발전과 함께 가장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는 규칙일 것이다. 곡물을 생산하고 물물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태동한 도량형은 역사와 함께 제도화되고 진화 하였다.

삼국시대에 쓰였던 돌추, 양기, 자 들은 조세제도, 상거래, 중국과의 외교관계 등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도량형 제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조선시대에는 암행어사의 표증인 유척으로 비리상인을 적발하였고 장영실이 개발한 측우기, 해시계 등은 경제적 교류를 위한 규칙의 의미를 넘어서 당시 과학 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에는 길이, 무게, 부피 등의 기본적인 분야 뿐 아니라 아주 미세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측정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미터법과 같은 현대판 도량형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었고, 국가측정표준은 국제 무역의 공정성을 위한 모든 거래의 과학적 질서임과 동시에 국가적 신임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다. 과거의 도량형 제도가 상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존재한 통일화된 규격이었다면 현재는 더욱 정밀한 측정 능력이 곧 국가간 거래 규칙이 된다.

6,70년대 우리나라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옷, 가발과 같이 몇 mm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공산품들을 주로 수출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와 같이 머리카락의 8만 분의 1 크기인 nm(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와 기술력을 요구하는 상품들이 주요 수출 품목이 되었고 이에 따른 국가측정표준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국제 무역 사회에서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즉, 국가측정표준은 대내외 거래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규칙임과 동시에 과학 기술의 기반이 되는 최첨단 기술이며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다.

WTO가 출범하면서 국가간 무역 장벽을 허물기 위해 도입된 Global MRA(측정표준 상호인정협약)는 이러한 국가측정표준 기술 수준이 곧 그 나라의 무역 및 산업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천명한다.

이 협약은 국제 비교를 통해 측정 능력을 상호 비교하고 신임도를 인정받은 국가의 수출품을 인정하여 별도의 측정 절차 없이 통과 시켜 거래를 원활히 하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만일 우리나라의 측정표준 기술이 국제 비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외국의 측정기관에 평가를 의뢰해야 하며 그에 따르는 시간 지연, 경비지출과 기술노하우의 유출문제는 우리의 산업경쟁력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 각 요소마다 ‘삶의 질’이 화두가 되면서 단순히 물리적인 정밀 측정 뿐 아니라 보건의료, 안전, 환경 계측 등 인간을 연구의 중심에 둔 분야에 대한 측정표준도 활발히 확립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장영실이 조선시대 농경사회에서 측우기를 통해 백성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자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정교한 기술로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높여 국민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인간에게 보다 안전한 환경과 건강을 위해 지표를 세우는 국가측정표준, 오늘날의 도량형 제도는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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