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귀했던 그 무렵, 태안 사람이라면 버스가 마을 신작로를 지날 때 흙먼지 뒤에서 환호성을 올렸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뻥뻥 뚫린 아스팔트를 시원스럽게 달리는 신식 버스에 길들여진 나에게 이처럼 아련한 옛 향수가 자꾸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이미 태안반도는 한해 관광객이 1500만명을 훌쩍 넘어 서해안의 아름다운 관광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것이 관광객을 반갑게 맞던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다.
물론 태안반도는 1300리 리아스식(Rias式) 긴 해안선을 따라 들쭉날쭉 늘어선 해안가에 서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와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진 몽산포, 꽃지, 파도리, 바람아래해수욕장 등 이름도 정겨운 30여개의 해수욕장과 40여개의 항포구, 140여개의 크고 작은 섬, 그리고 손때 묻지 않은 소나무 숲 등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적인 조건에 관광객들에게 두 손을 번쩍 들어 맞이하는 갯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보태고, 얄팍한 바가지 상혼이 없는 친절을 더한다면 태안은 명실공히 서해안 관광축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고, 친절이 쌓이는 만큼 당연히 관광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이 속에서 거의 소진되어 버린 농촌의 현실까지도 관광자원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
청정 갯벌에서 바지락잡기, 굴까기, 염전체험과 쥐불놀이 등 농어촌 체험행사로 도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원면 볏가리마을 체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관광태안의 기본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친절과 바가지 상혼만이 들끓는다면 관광객은 고작 20~30분 정도를 머물며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곧 바로 떠나버릴 것이다.
또한 불친절과 바가지 상혼이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각인될 때 아무리 자연조건이 좋다고 해도 관광객들은 태안을 외면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의도적일지라도 관광객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 살거리를 제공하고 어떤 형태로든 소비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지나쳐 버리는 싸구려 관광지가 아닌 체류형 관광지, 편안하고 안락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7만 군민이 모두 나서야 한다.
이미 태안군민들은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에서 공인받은 ‘2002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에 이어 ‘2003 안면도 꽃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저력을 가지고 있다.
164만명의 관광객을 치러낸 1억송이 꽃의 향연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에서 보여 준 자원봉사의 정신이 7만 군민의 웃음꽃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관광태안이 가야할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광객을 맞는 몸가짐과 그들을 향한 서비스를 우리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볼 때 진정한 관광태안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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