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엘리어트는 그의 작품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후략)’ 이란 시구가 과거 군사정권시절 민주화 투쟁을 해온 세대들이 처한 시대상황과 정서에 투영되면서 마치 4월이 잔인한 달인 것처럼 인식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황무지’를 발표할 당시인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당시 우리 조상들은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독립만세를 외치다 일경의 총검에 무참히 희생되었거나 체포되어 갖은 고문과 수난을 당하던 시기이다.
지금부터 85년전인 기미년 3월에 서울에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이 전국 각지에 파급되면서 한달 후에는 우리 충남지방에서 대대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으니 4월1일에는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4월3일에는 예산 한내장터에서, 4월4일에는 당진 대호지에서, 4월5일에는 청양 정산장터에서, 4월7일에는 홍성 장곡면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모여 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제의 억압과 수탈정치에 항거하다 희생되었다.
우리 충남에서만도 160여회에 12만명이 넘는 인원이 만세시위에 참여하였고 독립만세를 부르다 일경의 총검에 의하여 180여명이 사망하였고,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으며 수천명이 부상을 당하였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보면 4월은 우리에게 참으로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또한 4월은 지금부터 44년전인 1960년, 당시 자유당정권의 3·15부정선거와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분연히 일어섰던 4·19혁명 기념일이 들어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 당시 수 천명의 학생들이 서울 광화문거리에서 중앙청을 향하여 시위행진을 하던 중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습이 당시 호외신문에 게재되었던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와같이 4월은 우리민족의 역사적인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있는 잔인한 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4월이 잔인한 달인지 희망의 달인지는 당시 자신이 처해있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를 수 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아픈 역사만을 되새기면 살아갈 수만은 없다.
이러한 아픔의 역사를 잊지는 말아야 하겠지만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 이를 극복하는 의지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제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어 지난날의 아픈 역사를 거울삼아 암울했던 과거의 인식을 털어버리고 진정으로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고 참다운 우리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4월이 되어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