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희 기자 |
‘예수의 수난’ 12시간을 그린 이 영화는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의 최후를 그리고 있다.
지난 7일 한남대 교정에서는 이 대학 전교목실장이었던 한 노목사가 가시면류관과 쓰러진 소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118명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의 마지막 길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들은 이날의 수난이 단순히 고난주일을 맞은 일련의 행사가 아닌 학내 갈등의 고난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노 목사의 한걸음, 한걸음 역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화해와 용서로 승화시킨 그리스도의 자취를 그린 것이리라. 하지만 교협측과 학교측은 끝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총장실 점거라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말았다.
또 다른 사학 목원대는 지난달 말 임기가 끝난 이사장 선출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돼 파장이 장기화 되고 있다. 이 대학은 20일 또다시 이사회 구성을 계획하고 있으나 이사들의 참석 여부가 미비해 2년 전과 같은 임시이사 파견이라는 불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대학들이 입학정원 부족과 정부 차원의 대학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 두가지 모습은 굳이 학내 구성원이 아니라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부활절을 앞두고 학내 갈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학들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예수의 길은 불의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희생의 길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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