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봄날은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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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춘추]봄날은 가는가

  • 승인 2004-04-09 00:00
  • 김완하 한남대문예창작과 교수/시인김완하 한남대문예창작과 교수/시인
무르익은 봄날이다. 목련이 쭈욱 쭉 제 가슴을 찢어내고 있다. 개나리는 이미 지고 어느 사이엔지 벚꽃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봄은 오는가 하면 가버리는 것인가? 아니 오다가 가고 마는 것인가? 아침나절의 꽃송이는 오후가 되면 벌써 활짝 피어버린다.

나는 아침 천변의 도로를 달리다가 목련 꽃잎 아래 차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한동안 그 꽃잎에 젖어 있었다. 꽃 그늘 속에 서자 희디흰 목련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목련 꽃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산뜻한 기운으로 대지를 감싸안고 있었다.

이제 6일 뒤에는 국회위원을 뽑는 선거가 닥쳐와 있다. 대통령의 탄핵과 연관되었던 정국의 열기가 다소 냉정을 찾고 있지만 각 당의 진통은 잦아들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금권선거로부터 철저히 벗어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었다.

그러나 규정된 보름 동안의 선거운동 기간에 얼마나 민심들이 움직여 민주주의의 꽃으로 승화될 지 미지수이기도 하다. 봄의 외관은 화려한 색상과 우아한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그것은 분명히 진통인 셈이다.

꽃이 피기 위한, 긴 침묵의 가지 끝으로 이파리 하나를 내밀기 위한 자연의 안간힘이 봄을 장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결실을 가져올 수 있는 까닭이다. 자연의 중요한 순간이 봄이듯이 민주주의의 소중한 기회는 선거이다.

가지 끝에 채 잎이 벌지 않은 꽃송이도 있지만, 벌써 땅에 진 꽃잎들은 다음의 봄을 기약하는 듯하다. 하나의 나무를 두고도 오는 봄과 가는 봄이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땅에 떨어진 꽃잎마저 시들어버렸다고 시인은 노래하기도 했다.

나는 나무 아래 떨어져 누운 꽃잎 하나를 주워들고 유등천으로 나아가 거기 작은 숨결을 밀며 흘러가는 물살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물살은 그 꽃잎 하나를 받아 안고 더 힘찬 흐름으로 이어 가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그 꽃잎이 금강에 가 닿을 것이다. 가는 도중에 꽃잎은 색이 바래고 어쩌면 그 흔적도 없어져 버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꽃잎을 피우려 했던 작은 뿌리들의 소망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그 작은 실 뿌리들의 소망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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