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개통으로 전국이 3시간 생활권으로 새로 거듭난 가운데 이제 역사는 단순히 쉬어 가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일어나는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문화재 전문위원이기도 한 배재대 건축학부 김종헌(42)교수는 ‘역사(驛舍)의 역사(歷史)’를 출간하며 앞으로의 역사는 지역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교차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새 역사론을 주장했다.
우리 나라 역사의 변천 과정과 함께 앞으로의 역할을 제시한 이 책에서 김 교수는 과거 삼국시대의 마(馬)역사에서 현대의 철도역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변천과정을 자세하게 수록하고 교통수단 변화 과정에서의 전통건축과 근·현대건축 사이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총 8장 352쪽으로 구성된 이 책은 또 서양 철도역사의 변천과정 및 그 성격과 우리나라 역사의 도입과정을 비교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과거 마역사에서는 각 지역의 문화가 교류되고 이곳에서 쉬면서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뤄졌다”면서 “고속철도 역사도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여러가지 지역에 대한 정보와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모습이 교류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처럼 철도역사에 대규모 상업시설만 있거나 단순한 역사기능만 하기 보다는 지역의 문화와 특징을 알 수 있도록 지역문화센터나 관광 및 경제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대시설 등이 들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몇몇 역에 들어서 있는 백화점과 같은 단순히 상업성 위주의 편의 시설이 아니라 그 지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그 지역만의 문화를 한눈에 알수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고속철도 역사나 철도 역사는 그 지역의 문화나 경제 활동의 거점으로 역사를 중심으로 연관된 각 지역에 대한 지역의 문화, 경제, 생활에 대한 정보가 집약되는 곳이 돼야 한다”며 불필요한 이동을 막고 역사에서 효율적인 경제 활동을 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물자수송 등 일본과의 연결을 위해 구축된 우리나라 철도망과 항구중심의 왜곡된 도시구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역사들이 각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책은 1899년 9월 18일 인천과 노량진 사이의 경인선이 개통된 이후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거의 진행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발간돼, 우리 나라 철도의 발전과 철도 역사의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