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수능 과외방송의 실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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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수능 과외방송의 실효성

  • 승인 2004-04-06 00:00
  •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이명주 공주교대 교수
교육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4월부터 수능방송이 실시되고 있다. EBS를 통한 수능 방송은 미디어의 강점을 활용한 획기적인 사교육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에, 보통 교육 단계에서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마음껏 탐구할 기회를 제한하고 학교교육이 EBS수능 방송중심으로 치우치며 획일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능 과외 방송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좋은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EBS수능 과외 방송이 시작되면서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간 통제로 인하여 학원 수강자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밤늦게 개인과외를 받는 학생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사교육비 절감이 제로섬 게임으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개인 과외는 커녕 학원 수강조차 할 수없다는 것이다.

또한, EBS 수능 방송이 질 높은 강의 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교과별 능력별 수준에 따른 시청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학생의 수준과 필요 교과에 따라 집단을 편성하여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교실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똑같은 과목을 똑같은 수준의 내용을 시청토록 하면 일부 학생에게는 학습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시청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사의 지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에게 교직의 전문직적 속성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수당이 지급 되어야 하는 데 예산확보가 되어있지 않다. 일부학교에서는 학부모 부담원칙을 적용하는데 이를 둘러 싼 잡음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수능 방송이 학생들에게 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받을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통제적 변화 전략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동물을 방목하여 기를 때 병에 대한 적응력이 더욱 강하고 육질도 좋은데 방목할 경우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거나 다칠 우려가 있어 우리에 사육 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 선택의 자율성이 무시되고 있다는 주장인데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발달 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서 이루어 져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그리고 제한된 기술이나 사고방식을 길러주는 훈련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EBS 수능 방송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수준과 능력, 학습속도와 학습 행태가 무시되고 지적이고 창의적인 참여가 무시된다면 교육이라기보다는 훈련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에 수능 과외 방송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준별 과목별 시청이 가능토록 교실 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교실 공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뷔페식으로 강의 수준과 내용을 안내하고 학생이 선택하여 강의를 시청토록하며 학교에서 해당학생에게 적절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을 경우 가정에서 시청토록 학생 자율로 맡겨야 할 것이다.

또한 지도교사에게 적절한 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며 이는 단기적으로 학부모 부담으로 하되 학부모회에서 일률적으로 걷지 말고 학교발전기금으로 모금하여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당으로 지급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공교육비에서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표라도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절차가 미흡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EBS수능과외의 성공을 위한 조건 정비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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