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기다림과 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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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기다림과 참음

  • 승인 2004-04-03 00:00
  • 조성근=충남제일교회 담임목사조성근=충남제일교회 담임목사
오늘날의 ‘나의 나된 것’은 살아오는 동안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참음 가운데 이루어졌다. 부모의 기다림과 참음, 스승의 기다림과 참음, 공동체의 기다림과 참음 등등….
그런데 요즈음 세태를 보면 사람들은 마치 오늘의 나라발전과 자신의 삶이 저절로 되어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다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집단행동을 하거나 쉽게 분노하며 원색적인 발언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곤 한다.
과정(過程)과 정도(正度)보다는 결과와 속도가 중요시 되는 현대사회의 왜곡된 가치관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다림과 참음’의 미덕은 없어지고 이기적이고 편의주의적인 것으로 사회는 변질되어가고 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사람을 쓰시고자 할 때에 제일 먼저 거치게 하는 수업이 있는데, 바로 기다림의 훈련이다. 기다리는 동안 하나님은 그 사람의 인격과 사상을 성숙하게 만드셨고 세상을 사는 깊은 경륜을 닦게 하셨다.

이스라엘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인 모세의 광야 40년 생활이 그랬고, 꿈과 희망의 사람인 요셉의 보디발의 집에서의 13년간 종살이와 2년간의 옥중생활이 그랬다. 사울왕의 정치적인 공격을 피해 10년 이상이나 광야를 도망 다닌 후에야 비로소 왕이 되었던 다윗의 삶이 바로 기다림의 연단을 받은 결과였다.

기다릴 줄 알므로 하나님께 귀히 쓰임을 받은 사람도 있지만 기다림에 실패하여 버림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사울 왕이다. 사무엘 제사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함으로 교만하게 제사장의 직임을 범한 사울왕은 이 일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하나님은 의욕과 성공이나 승리를 앞세우는 사람보다 하나님의 뜻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을 통해 역사를 이루어 나가신다는 말이다.

기다림의 수업과 더불어 중요한 수업은 참음이다. 참음은 성경에 인내로 혹은 관용으로 표현되고 있다. 고통과 역경에 대한 인내와 타인의 미성숙과 무례에 대한 관용과 용서를 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성현(공자)이 말하기를 ‘몸을 닦는 수행 중 가장 근본 된 것은 참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임금이 참으면 나라에 해로움이 없고, 벼슬아치가 참으면 그 지위가 높아지며,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하고, 부부가 참으면 평생을 함께 살 수 있으며, 벗끼리 참으면 이름이 깎이지 않고, 스스로가 참으면 재앙이 없을 것 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임금이 참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게 되고, 벼슬아치가 참지 못하면 오욕을 남기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헤어져 살게 되고,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이 외롭게 되고, 벗끼리 참지 않으면 우정이 멀어지고, 스스로가 참지 않으면 근심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참는 일이야 말로 쉽지 않기에 오래참고 기다리는 사람을 군자라 불렀다.
성취, 성공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 시대에 남의 미숙함과 실수도 참아 주며 관용 할줄 아는 성숙함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대이다. ‘기다림과 참음’을 통해 개인이나 사회가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능률과 효율이라는 이름 하에 기다림과 참음의 미덕을 무시하고 나아갈 때 설익은 열매를 보는 것처럼 인간의 가치는 무시될 것이고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사회는 침몰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도 우리의 죄악과 실수와 무례함을 참으시고 긍휼을 베푸시며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시지 않은가?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고 부활을 바라보며 경건한 삶, 사랑의 삶을 살기를 힘쓰는 사순절기에 주님의 사랑을 가슴에 되새기면서 우리도 ‘기다림과 참음’으로 우리 주변 사람을 대하고 세상에서 밀알이 되므로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데 쓰임받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충남제일교회 조성근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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