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는 이 즈음 봄 갈이를 시작하고, 궁중의 예절을 관장하는 부서에서는 새로이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로 불을 일으켜 임금께 올린다. 그러면 임금은 그 불씨를 각 관청에 나누어 내린다.
이는 모든 관청의 업무를 새롭게 하는 뜻과 아울러,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불이, 임금으로부터 관리를 거쳐 온 백성들에게 퍼짐과 마찬가지로, 모든 권력이 임금으로부터 나옴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옛날부터 불씨는 집안의 전통과도 같이 물려 내려가는 중요한 존재였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오늘날의 성냥처럼 쉽게 불을 일으켜 주는 기구가 없어서, 부싯돌을 쳐서 생겨나는 잠깐 동안의 불똥을 쑥으로 만든 솜에 옮겨 붙여 불을 만들거나, 나뭇가지를 나무 토막에 대고 구멍이 날 정도로 비벼서 불을 일으키거나 하여, 불을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을 옮기는 행사는 한식날에 베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을 한식이라고 한다. 한식은 24절기의 하나인 동지를 기준으로 정한 명절이라, 양력으로는 매년 4월 5일이나 6일이 되며, 음력으로는 2월이나 3월중의 어느날에 끼게 된다.
한식이 되면, 조상의 묘를 찾아가 과일과 고기와 떡으로 제사를 지낸다. 이때의 제사를 ‘한식차례'라고 한다.
조상의 묘를 찾아 보았을 때, 묘가 허물어져 있으면 흙을 다시 더하고 잔디를 입히니, 이를 '개사초'라고 부르며, 이 때 묘에 입힌 잔디 사이로 잡초가 자라고 있으면 정성껏 뽑아낸다. 또한 묘 둘레에 좋은 나무를 골라 심기도 한다. 한식날에는 보통 더운밥을 먹지 않고 찬밥을 먹으니, 한식이란 이름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한식 때에는 새해의 농사가 시작되어 매우 바쁘며, 이 때를 택해 채소의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일이 많다. 또 속담에 한식날 천둥이 치면 그 해에는 흉년이 들 뿐만 아니라, 나라에도 불행이 닥친다는 말이 있어, 이 날 날씨가 나쁘면 모두들 걱정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것을 믿지 않으며, 오히려 이 때가 식목일에 가까우므로, 나무를 심은 후에 비가 오는 것은 좋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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