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세이부 라이언스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원정 5경기를 치른 이승엽은 타율 0.333(18타수 6안타), 2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4번 타자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
특히 개막전에서 세이부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로부터 통렬한 1타점 2루타를 뽑아내고 지난 달 31일 긴데쓰 버팔로스와의 경기에서는 3안타를 몰아치는 등 스타플레이어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팀내 타격 순위에서도 호리 고이치(타율 0.347)에 이어 2위이고 1루수 경쟁자 후쿠우라 가즈야(0.300), 하와이 출신의 거포 베니 아그바야니(0.267)를 따돌렸다.
물론 정규시즌 135경기 중 5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승엽의 성공을 단정짓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미 일본 무대를 거쳤던 선동열(삼성 코치)과 이종범(기아)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이승엽에게 공통적으로 던졌던 충고는 시즌 개막 한달안에 기선을 잡아야 한다는 것.
이는 외국 선수들에게 텃세가 심한 일본프로야구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초반에 모든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뜻으로 이승엽은 이같은 충고에서 어긋나지않고 첫 단추를 잘 꿰 확실한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셈이다.
특히 많은 야구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스트라이크존의 적응과 변화구에도 잘 대응해 체인지업과 슈트, 슬라이더 등을 고루 공략, 상대 팀 투수들의 경계 대상이 됐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팀내 거포 후쿠우라와 베니가 1개씩의 홈런을 때려낸 반면 이승엽은 홈런 없이 2루타 3개만을 기록해 `아시아 홈런킹'으로서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다.
이승엽은 지난 달 28일 세이부와의 경기 세번째 타석에서 미쓰이 고지의 커브를 노려 친 것이 펜스를 넘기지 못하고 우익수 플라이로 잡힌 것을 아쉬워 했고 920g짜리 배트를 930g짜리로 바꿔 가며 홈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승엽은 최근 5경기를 치르면서 일본 투수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원정 5연전에서 좋은 타격 감각을 보여줬음에도 이승엽은 "다양하고 빠른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과 상대하고 보니 배트 무게를 930g이상 올리는 것은 아직까지는 무리"라고 털어 놓았다.
"안타를 많이 치다 보면 홈런도 나올 것"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이승엽이 많은 일본 투수들과 맞부딪혀 대응법을 배우고 한단계씩 올라선다는 마음 자세를 가진다면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서는 날이 멀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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