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봄에 찾는 내적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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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봄에 찾는 내적 평화

  • 승인 2004-03-31 00:00
  • 김항중=대전대 교수김항중=대전대 교수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고, 동네 구석구석에 핀 개나리꽃이 노란 물을 더 들이고 있다. 봄을 맞아 잠시 숨막히는 도시공간에서의 탈출을 시도해 봄직하다.

우리가 일상사에서 벗어나 분위기를 전환하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매일 접하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단조롭고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에는 항상 여유있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그것을 실현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스스로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을 핑계로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리며 산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 인생의 고단함에 압도당하게 되면, 자신에게 가장 친근하고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권태로움으로 쉽게 짜증이 나기 쉽고 일의 효율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새봄을 맞아 싱그러운 풍경을 벗삼아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하고 생각해 볼 여유를 갖는 것이 어떨까?

사람은 하루에 평균 5만 가지 정도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 중 일부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생각들도 있을 테고 일부는 분노, 두려움, 원망, 걱정 등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관건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때론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지나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가령 가정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아내가 내게 너무 무심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라고 말한다고 하자. 그 말을 계속하면 부정적인 생각에 점점 빠져들고, 마음마저 혼란스럽게 되어 더욱 더 속상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칫 자신이 정말 불행하다는 느낌으로 확대되고 결국 극복하기 어려운 절망감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가까운 사람이 내게 무심했다면 원망스럽고 속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었던 실망감과 분노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러려니’ 하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집착과 탐욕 때문에 마음 속 깊이 자리하게 된 온갖 고뇌와 번민들은 실제가 아닌 단지 우리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에 불과하다. 어떤 생각을 선택하느냐는 내 자신의 문제이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겪었던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무시하고 떨쳐버리는 선택을 할 때 그 자리에는 곧 평화로운 감정들이 밀려든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출렁이는 파도 그리고 끝없는 지평선….

온갖 근심 걱정거리를 모두 썰물에 실어 보내고 생동감 있는 물결의 에너지를 간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상큼한 공기와 새싹으로 희망을 엿보게 하는 각종 나무들, 벌판에 푸릇푸릇 돋아나는 이름 모를 풀들을 보며 편안한 마음을 되찾아 보자.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휴식과 안정된 시간, 사색할 여유를 종종 가져야 한다. 봄을 맞아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그 동안 우리 스스로 만든 부정적 생각들을 떨쳐버리는 시도는 분명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우리가 꿈꾸는 외적평화는 내적 평화가 우선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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