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교직 첫발’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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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교직 첫발’을 돌아보며

  • 승인 2004-03-31 00:00
  • 박헌규 대천중학교 교사박헌규 대천중학교 교사
지난 한 해는 내 26년 인생의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디딘 나에게 너무나 힘들고 또 한편으로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신규교사로 배워야 할 일도 많았을 뿐 아니라 교재 연구하랴, 특기적성 시간표 짜랴, 또 담임으로서 아이들 신경 써주랴…. 1년은 바람처럼 흘러갔다.

처음에 ‘대천중학교’, 그것도 1학년으로 발령 받았다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남학교라는 사실은 나의 연약한 심성(물론 아이들 앞에서는 가장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을 가진 나에게 지레 겁부터 먹게 했고 스스로에게 엄한 교사가 되자고 주문을 걸었다. 내 학창시절을 되돌아 봤을 때 그저 맘 좋기 보다는 엄하게 키워주신 스승님에 대한 고마움이 한결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학식 후 교실로 처음 들어간 나는 나의 결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난로도 없던 교실 속에 새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상기된 얼굴과 반짝거리던 눈들. 나의 한마디 한마디 말에 귀를 기울이던 학생들! 초등학생 티조차 채 벗지 못한 아이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마음을 다잡았다.

1년 동안 아이들이 서로 미워하며 싸울 때는 아이들에 대한 실망 때문에 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눈물을 머금은 적도 있고 생활태도가 그른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그것은 학생이라는 꽃에 그저 한순간에 스치는 바람 같은 교사가 아닌 양분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은 나의 아이들을 향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보다 몇 백배나 더 기쁜 일들이 있었다. 체육대회 계주에서 아주 멋지게 1등을 한 일, 야영 가는 버스 속에서 목 터지게 ‘닥쳐’ 노래를 부르던 일, 다른 반 아이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햄버거를 먹던 일, 반 화합을 위해 간 식당에서 배터지게 아이스크림을 먹던 일, 그 무엇보다도 행복했던 것은 스승의 날에 칠판 가득 채워진 아이들의 나를 향한 글들과 그 마음들!

3월에는 대화를 통해서야 서로의 기분을 알아챘던 나와 우리 8반 아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 눈만 스쳐도 서로의 기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얘들아, 알고 있니?
너희들을 향한 내 사랑의 마음을 들키지 않게 지금도 노력 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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