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향기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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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향기나는 사람들

  • 승인 2004-03-27 15:22
  • 홍광철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홍광철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주일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녀는 횡단보도 앞에서 보따리를 부둥켜안고 앉아있는 노부부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짐이 무거워서 그런가?’하고 들어 드리려고 했지만 신호가 몇 번 바뀌어도 그들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할머니! 누구 기다리세요?” 그러자 할머니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들네 집에 왔는데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찾아 헤매다가 이렇게 앉아 있어. 전화번호가 있지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고.

노부부는 아들의 집 전화번호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희 집이 바로 이 앞인데 저희 집에 가서 기다리세요.” 그녀는 노부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소박하게 노부부에게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를 했습니다.

노부부는 계속해서 전화를 했지만 노부부의 아들은 받지를 않았습니다. 저녁 무렵 겨우 노부부의 아들과 통화가 되었고, 전화를 받은 아들은 즉시 달려왔습니다. 아들은 부모님을 부둥켜안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갔노라고. 자신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께 연락드릴 방법이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르다가 버스 정류장과 아파트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고….

노부부의 아들은 그녀에게 허리를 굽혀서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인사받기를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저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에요.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제 부모님처럼 그렇게 대해 드렸던 것입니다. 저한테 고마워하지 마시고 감사하시려거든 예수님께 감사해 주세요.”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제 모습대로 살아갑니다. 각자의 향기를 풍기면서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고개가 숙여지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을 보면 고개가 돌려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슴 안에 사랑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납니다. 하지만 가슴 안에 사랑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두려운 마음이 들거나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거울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이는 나를 피하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 때, 욕심일수 있겠지만, 나는 향기 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믿음을 갖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때문에 내 행동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부족한 부분은 용서를 청하고, 나를 더욱 성숙시키려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믿지 않는 이들보다는 좀더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나를 향하여 사람들은 “너는 어찌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하니? 하느님을 안 믿는 나도 너보다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니?”이런 질문에 할 말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답이 생겼습니다.

“내가 하느님을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내가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엉망으로 살았겠니? 시간이 지나면 내 안에도 사랑이 가득 찰 거야! 그래서 나도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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