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마치 전쟁에 나서는 병사들처럼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것이 김 교수의 발길을 시골로 잡아 끈 셈이다.
결국 김 교수의 자녀들은 집에서 학교까지 4Km에 달하는 등하굣 길을 걸어다니며 7년 가까이를 시골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큰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면서 교육 문제는 점차 심각한 것으로 김 교수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다시 대도시로 나갈까, 아니면 대안학교를 선택할까 등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김 교수는 함양 간디학교까지 찾아다니며 교육 실태를 파악한 뒤 결국 지난 2000년 두 자녀를 프랑스로 유학 보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갔다.
김교수는 ‘그곳도 공부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학습 과정이 창의력을 키워주도록 돼있어 아이들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얼마 전, 한 도예가를 취재하기 위해 용지리에 갔던 필자는 우연히 김 교수의 자녀 교육 이야기를 듣고 적지않게 놀랐다. 어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와 마치 방목하듯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운 그의 교육관이 정말 부러웠다.
그러나 결국 그 역시 두 아이들을 외국으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현 교육 실태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강화토록 하는 등 갖가지 방안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이에 각 시도 교육청마다 별도의 지침을 마련, 일선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펼쳐나가게 했다.
이에대한 세부 추진 과제별 시행 계획을 살펴보면 수준별 보충학습 실시를 비롯해 특기 적성 교육활동 활성화,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 후 교실 운영 등 10여가지의 과제를 담고 있다.
아직 EBS 교육방송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수준별 보충학습의 교재나 학습 방법 등 모든 것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섣부른 진단은 시기상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교육비 경감안 내용 역시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 도모 등 교육 본래의 목적과는 사뭇 거리가 먼, ‘사교육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공교육 현장에 잡아두는 교육안’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우려가 앞선다.
게다가 각 학교마다 밤 10시, 11시, 심지어 자정까지 자율학습이라는 명목 아래 학생들을 잡아두는 모습은 가뜩이나 학습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또 하나의 짐을 더 얹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 마저 든다.
21세기는 분명 획일적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사고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창의력이 밑바탕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경쟁을 위한 도구로서의 교육이 아닌, 창의적이며 다양한 사고를 키워줄 수 있는 교육 정책이 어떤 것인가를 교육계 안팎에서는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주길 기대해본다. 진정 교육정책의 왕도는 없는 것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