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민회관은 아파트와 같은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1979년도에 건축하여 25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을 대전시민들과 희, 로, 애, 락을 함께한 대전문화예술의 산실 역할을 담당했던 최초의 문화공간이라고 하는 특수성과 기념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데서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5년이라고 하는 세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라고 본다. 또 시민회관은 당시 김보성 시장 재직시 70년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단호한 결단으로 건축된, 그 당시에는 아주 훌륭한 건축물의 하나였다. 1999년도 건축문화의 해에는 대전건축가협회의 평가에서 우수건축물로 선정 된 바도 있다.
이러한 역사 깊은 건축물을 재건축한다면 하나의 먼지와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뜻이 있는 미술인들과 건축가들이 연정국악원 건물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악원 건물 역시 1956년도에 우남도서관으로 건축되어 우남 이승만 초대대통령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건축된 건물로 당 시대의 건축을 대변할 수 있는 최고의 건축물로 보존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시민회관 건물도 국악원 건축물과 같이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문화공간들도 역사가 흐르다보니 서울을 비롯한 부산 등이 리모델링 시대를 맞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세종문화회관이 1978년도 개관 이후 처음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2002년 12월부터 318억원을 투자, 막바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또한 1973년도에 개관한 부산시민회관이 2002 아시안게임 문화행사를 치르기 위해 70억원을 들여 대, 소극장 및 전시실 리모델링과 주차장 확장 공사를 완료 한 바 있다. 그리고 서울의 국립극장도 1973년도에 남산공원 밑자락 장충동에 개관한 이래 31년 동안 수차의 리모델링을 거처 지금까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버티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프랑스의 예를 든다면 미국의 카네기홀은 1891년에 건립하여 113년 동안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리옹의 역사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시민과 프랑스 문화계 인사들이 하나같이 노력한 결과이며 재개발이란 부수기와 새로 짓기만이 아니라 역사 환경의 적극적 보존과 복원도 훌륭한 재개발 방식이라고 인식하고, 1960년대 전면 철거와 재개발 얘기가 나오자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앙드레 말로를 중심으로 리옹 구도심 보존운동이 벌어졌다.
건축가, 미술가들은 철거 위기에 놓인 옛 건물을 사들여 직접살기 시작했으며 이 추세가 30년 동안 지속돼 이제는 구도심 전체가 전통 도시의 모습을 지니게 됐다. 정부는 개·보수에 세제 혜택을 주고 비용지원도 한다고 한다. 또한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집에 사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파트 등 주거 환경을 재개발 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조상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물들어 있는 시민회관과 같은 문화공간을 재건축 한다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듯싶다. 옛 자리에 그 모습으로 25년이라고 하는 역사 깊은 대전시민회관이 원형을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통해서 원도심의 자랑스런 문화공간으로 재조명 될 수 있도록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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