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해방이후 이 땅에 상륙한 선거는 밀실,밀약,속임수,폭력과 동의어가 됐다.
권력은 이조차 통하지 않자 급기야 "이런 선거는 국익을 저해한다"고 호도,체육관 선거가 등장하기도 했다.1970년대 초 유신직후다.누구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죽여야 살 수 있다는 천박한 선거 문화는 아직까지 한국사회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IMF직후 직장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나서야 했던 소시민들은 안풍,세풍에 이어 최근 차떼기 불법정치자금,대통령 측근 비리들을 목도하고 있다.'그들만의 리그'에 홧병이 도진 것은 다시 서민이다.
17일 오후 한남대학교 신윤표 총장의 이임식 및 이상윤 신임 총장의 취임식은 지난해 말 총장선임 직후의 학내 분위기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내부적인 문제로 이·취임식을 같이하지 못했던 그간의 관례를 깼던 이날 행사는 교수협의회 간부들이 삭발로 저지,예정시간인 오후 2시를 한참 넘긴 뒤에야 치러졌다.
다행히 심각한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초청장을 손에 쥔 외부인사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서성이는 촌극을 빚었다.
속사정을 다알 수 없지만 문제는 대화의 부재인 듯 싶다.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를 최종 선임 과정 배제시킨 현 이사회의 비민주적 절차 등 도덕성을 제기했지만 재단 이사회가 대화에 나서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태는 한남대에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조직내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총장선출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총장임기 4년마다 반복되는 '홍역'의 원인은 이미 밝혀진 셈이다.
내부적 합의에 의한 제도 마련은 대학의 대내외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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