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삶의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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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삶의 오아시스

  • 승인 2004-03-22 23:26
  • 김병기=건양대 경영학부 교수김병기=건양대 경영학부 교수
인생은 고해(苦海)와 같다고도 하고, 삭막하기가 사막 같다고도 한다. 문명은 날로 발전해 가는 데 이와 비례해서 삶의 여유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삶의 여유는 점차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느 인류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수렵생활을 하던 우리 선조들의 노동시간은 지금보다 짧았던 반면 여가생활을 위한 시간은 훨씬 길었다고 한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가지만, 신기하게도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능가하고 있다. 컴퓨터만 해도 그렇다. 처음 사용한 PC와 지금 사용하고 있는 PC는 성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능향상은 PC로 처리해야 할 새롭고 더 복잡한 일거리를 만들어 내고, 그 일거리는 더 나은 PC를 필요로 하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기술발전만으로는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고, 과거가 좋았다고 이 많은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 수렵생활로 먹고 살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기며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바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슬기롭지 못하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언제든 오아시스로 갈 수 있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삭막하고 황량한 사막이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삶의 오아시스가 무엇이든 간에 지쳤거나 세상이 각박하다고 느꼈을 때는 자신만의 오아시스로 가서 갈증을 해소하고 그늘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명상에서는 삶을 ‘존재상태(being mode)’와 ‘행동상태(doing mode)’로 양분한다. 현대인의 삶은 행동상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무엇이든 많이 그리고 빨리 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된다. 심지어 쉬는 것도 무엇을 하며 쉬어야 한다. 그렇지만 존재상태와 행동상태가 균형을 이루어야 바람직하며, 존재상태에 있으므로 ‘하기(doing)’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재상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의 오아시스에 있으면 피곤한 심신을 쉬게 하는 동시에 세상일을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삶의 오아시스를 갖는다는 것은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 세상사에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우선 자신에게 적합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발견해야 한다. 문화생활, 명상, 취미, 동호회모임 등등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 다음에는 그것을 매일매일 시간을 내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전히 습관화되어야만 비로소 그것이 진정 ‘내 삶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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