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서 만약 4월이 윤달이 되면, 원래의 4월이 지난 뒤에 곧 이어 또 4월이 오게 되는데, 이 대의 4월에는 윤(閏)자를 붙여서 윤 사월(閏四月)이라고 불러, 그달이 윤달임을 표시한다. 이러한 윤달은 열 두달 중에 속하지 않고, 그밖으로 있는 달이라, 무슨일을 해도 탈이 생기지 않는다 하여 꺼림칙한 일은 이 달에 다 한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이 달을 택하여 집을 수리하고, 이사를 가는 집이 많다. 또한 이 달에는 혼인을 하거나 수의(壽衣-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를 만들어 두면 좋다 하여 대개 윤달에 이런일들을 한다.
옛날 서울 장안의 여자들은 윤달이 되면 다투어 봉은사에 모여 불공을 드리고 탑 위에 돈을 놓는다. 이렇게 하면 죽어서 극락세계로 간다 하여 특히 할머니들이 분주히 달려와 이 일에 참여한다. 이 행사는 윤달이 다 가도록 사람들이 줄을 이어 끊일 줄 몰랐다 한다. 서울 외에 지방의 여러 절에서도 이런 행사를 벌인다.
또 윤달에 행하는 특이한 풍습중에 성돌기라는 것이 있다. 성돌기는 성 밟기라고도 하는데, 윤달에 옛성터에 있는 근처의 마을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그 성터에 올라가서 성줄기를 따라 열을 지어서 성을 도는 풍습을 말한다.
개성에는 천마산성이란 성터가 있는데, 이곳에는 안돌이 혹은 치돌이라고 불리는 매우 험한 곳이있다.
그런데 이 험한곳을 통과하면 극락세계로 간다는 말이 있어, 여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줄을이어 이곳을 통과한다. 이것은 불교 신앙에서 유래된 풍습인데, 열성적인 불교의 여신도들은 이 풍습을 열심히 실행한다. 이 여인들이 성돌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면, 미리 장만해 온 음식과 술을 벌여놓고, 함께 먹고 즐긴다.
전라도 고창 지방에도 옛 성터가 있다. 윤달이 되면 사람들이 이 성터를 세 번 도는데, 머리에 돌을 이고 도는 것이 특색이다. 이렇게 하면 재앙을 떨치고 오래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광지방에도 성돌기 풍습이 있었는데, 이때 성돌기에 나가는 사람들은 새 옷을 갈아 입고 먹을것을 준비하여 성을 돌면서 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이러한 윤달의 성돌기 풍습은 다른 풍습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에는 볼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양력에는 윤년은 있어도, 윤달은 없기 때문이다.
양력에서의 윤년은 4년에 한번씩, 2월달이 28일에서 29일로 늘어나 다른해보다 하루가 많을뿐,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윤년의 2월 29일날 태어난 사람은 생일이 4년만에 한번씩 돌아와 곤란을 겪게되니 이럴때에는 할 수 없이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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