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의 붐 속에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은 급성장하였는데 1998년말 2042개 수준이던 벤처기업수가 불과 3년 후인 2001년말에는 무려 5배가 넘는 1만1392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늘어나던 벤처기업수는 2001년의 전세계적인 IT거품 붕괴와 국내경기의 부진 등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 2월말에는 7541개로 줄어들었다. 벤처기업수의 감소는 벤처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여기에는 경기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벤처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동종업종 업체간 과당경쟁이 초래되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낮아진 벤처산업의 수익성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수익성 하락과 매출 부진 등으로 벤처기업들의 자금사정도 매우 어려워졌으나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마케팅 부재 등에 따른 시장개척 부진으로 매출실적이 미미하여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나 단기 운전자금을 주로 공급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자금회수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있어 벤처산업의 자금난 문제는 계속 꼬이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더 이상 독자적인 활동이 어려운 한계벤처기업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벤처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벤처산업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M&A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벤처기업중에는 기술개발을 완료했거나 또는 상품화까지도 성공했으나 미처 판매망을 개척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이들은 추가적인 외부자금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곤란한데 현재와 같은 금융여건하에서는 차입이나 증자 또는 기업공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M&A를 적극 모색해 볼만하다.
M&A의 기본 원칙은 두개 이상의 기업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기존 기업가치의 단순합계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에 있다. 벤처산업에서도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이미 판로를 확보한 기업과 동종업종 업체중 사업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을 연결시킬 경우 규모의 경제와 판로확충을 동시에 달성하는 한편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기술 및 인력을 재배분함으로써 국가경제 차원에서의 효율성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M&A가 활성화되면 효율적인 투자자금 회수시장이 조성되므로 벤처산업의 자금난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 투자자금의 75% 정도가 M&A를 통해 회수된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M&A 활성화를 위한 유인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아직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들이 있는데 정부당국에서는 M&A절차의 간소화, 기업가치 공인평가제 도입 등의 제도개선을 서둘러서 하루빨리 진입성장퇴출이 원활한 벤처생태계를 조성해야겠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조세프 슘페터가 표현했듯이 우리 벤처산업도 한 차례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과정을 거쳐서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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