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렇듯 누구나 나름대로 야무진 마음으로 새 학년을 시작한다. 그러나 학기가 지나면서 어려움에 부딪혀 실망하거나 주저앉아 처음의 각오대로 끝을 맺지 못하는 학생들도 제법 있다. 따라서 새 학년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매우 중요하다. 이 말은 매년 비슷한 아이들을 유사하게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도 해당된다.
‘혹시 내가 학생들이 원치 않던 학급담임 혹은 과목 선생님이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늘 되뇌면서 그들 앞에 서야 한다. 새 학년에 맡은 달라진 아이들인데도 무의식중에 작년의 아이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는지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하루의 3분의 1,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 최소한 학급만이라도 그들의 인권을 보장해주고 따뜻하고 민주적인 자치공동체가 되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곰살궂게 학급을 운영하고 올해는 또 새로운 수업방법을 시도해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인교육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테니까.
그러나 최근 교사들은 이러한 다짐이 한낱 물거품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 방안의 후속 대책을 며칠 전에 각 시·도교육청들이 현장교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대책을 요약하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입시학원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대학 서열화 구조와 학력간 임금 격차가 존재하고, 일류대 합격만을 꿈꾸는 현실에서 학교교육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부유층의 고3 자녀들은 우열반이 편성된 학교에서 보충수업과 확대된 야간자습, 교육방송 시청을 마친 한밤중에도 여전히 고액 과외를 받으러 갈 것이 뻔히 예상되지 않는가.
초국적자본에 의해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의 청소년들이 경쟁력을 갖게 하려면 먼저 창의적인 교육정책이 나와야 한다. 개성과 창의성 계발보다 일류대학을 나와야만 대접받는 풍토에서는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가진 올곧은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
새 학년을 시작하며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교육청과 교육부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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