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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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민심

  • 승인 2004-03-19 00:00
  • 김형중 기자김형중 기자
▲  김형중 정치부장
▲ 김형중 정치부장
56년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국회의 대통령탄핵은 국민은 물론 정국을 혼란으로 빠지게 했다. 그들은 이 혼란과 극복의 무거운 과제를 국민 앞에 던져놓았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뿐이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국회 본회의장의 난장판을 본 국민들의 허탈감은 매우 크다. 그 책임은 또 이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아니라 엉뚱한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

박관용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과 함께 강행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야당의원 195명이 참가한 가운데 19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정치 경제사회 전반에 어려움을 줬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무시한 결과다. ‘대통령의 사과’와 ‘탄핵 반대’의 국민 여론을 외면한 것이다.

우리 정치 수준이 과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자괴심이 고개를 든다. 탄핵을 당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됐고 그를 탄핵한 국회의원들도 선량들이다.

양측 모두 국민의 뜻이라는 배경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맞닥뜨리기까지는 응어리가 상당히 깊어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필연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를 책임진 지도급 인사들의 ‘오기 놀음’에 국정과 국민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는 위기의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싫다.

한발씩 양보했다면 상생의 정치, 윈윈 게임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국민 사이에는 탄핵안 가결에 대한 극단적인 의견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과연 우리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 만큼 떳떳한가?

대통령은 왜 국회로부터 탄핵 결의를 받을 만큼 치달았는가? 이런 논란이 가열돼 ‘친노’ ‘반노’로 갈라져 심각한 국론 분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대통령은 일단 국회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헌재의 심판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이 국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다른 말은 필요 없다. 이번 사태를 정치권 모두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아직 법의 절차가 남아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헌재의 결정에 맡기고 모두가 평상심을 회복하여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 정치권이 4·15총선에 목을 매달고 ‘올인 전략’을 펴서도 안 된다. 국가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머리를 싸매고 국정 현안과 씨름해도 모자랄 판에 국론분열이 가속화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고건 총리도 국가 안보를 비롯한 국정의 일관된 수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전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질서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란 비극적인 사태는 그 책임이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 그렇지만 이 난국의 극복은 우리 국민이 냉정을 되찾아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됨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 우리 정치 상황은 4·15 총선과 맞물려 사생결단을 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냉철하게 이성의 편에 서서 편가르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 국가를 위하고, 우리 개인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모두 냉정을 되찾자. 그래서 이 위기상황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해야겠다.
김형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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