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黃砂’라는 말 대신 ‘샤천바오(沙塵暴)’ 즉, 모래먼지폭풍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황사가 아침에 출근할 때 자동차 유리에 쌓여있거나 도시의 가시거리를 좁히는 노란 먼지로 인식되지만, 중국에서는 강한 바람과 함께 모래먼지가 휘날리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2년전 이맘때 베이징에서 당시 사상 최악이라는 황사를 맞은 경험이 생각난다. 하늘은 붉은 색을 띠고, 거리에는 일주일동안 모래폭풍이 휘몰아쳤다.
요즘 들어 황사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중국 서북지방의 토지가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막화가 진행되는 원인으로 무분별한 자연환경의 파괴를 들고 있다.
개발의 논리에 의해 과거 황무지였던 곳을 농지로 개간하면서 인근 지하수가 고갈되어 초지가 황무지로 변하는 것이다. 목축업이 발달하면서 한정된 초원에 가축의 수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도 주원인중 하나로 지적된다.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한계농지에 곡물대신 나무를 심어 방풍림을 조성하고, 가축의 방목을 규제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인간의 힘으론 아직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우리 기업체를 대상으로 황사의 피해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조사기업의 57%가 황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반도체와 전자업종에서는 황사로 인한 불량률 증가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선업계도 황사가 선박의 도색작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대전·충남지역도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첨단장비를 가진 기업, 연구소가 많은데 이들에게도 황사는 매우 귀찮은 존재일 것이다.
그런데 ‘불만은 개혁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듯이 황사에 대한 생각을 바꿔 현재 우리나라의 제1대 수출국이며, 해외투자국인 중국을 생각하면 황사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지역 생태복원사업에 우리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황사와 관련된 기능성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유아용품 회사가 중국시장을 겨냥, 황사 피해를 막아주는 유아용 스킨케어제품을 출시했는데 현재 중국의 유아용품 시장이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참신한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또 LG나 삼성이 중국현지에서 공기청정기능이 강화된 에어컨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효과적인 황사마케팅이라고 하겠다.
지난 겨울 한달정도 중국을 다녀왔는데 중국사람의 생활용품에 대한 구매력이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피부 보습력이 뛰어난 위생용품,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이는 청소기 등 황사로 인한 불편한 점을 역으로 생각하면, 중국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이 황사마케팅으로 활용하여 중국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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